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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코로나 재확산에… 하객 없는 결혼식 앞둔 예비부부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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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지난 1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 / 실내 50명·실외 100명 이상 모임 전면 금지 / 마스크 착용·출입명부 작성 등 방역수칙 지켜야

세계일보

“하객없는 결혼식을 치르게 됐습니다.”

5일 결혼식을 앞둔 이모(33)씨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불과 결혼식을 나흘 앞둔 지난 1일 광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기 때문이다.

광주시의 2단계 격상 조치에 따라 ‘집합·모임·행사’할 때 모이는 인원수 제한을 받는다. 실내는 50인 이상, 실외는 100이상이 되면 행사 자체를 전면금지해야 한다. 이 숫자 이하의 경우에도 참석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입명부를 작성하는 등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은 종교 모임에도 적용된다.

갑작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이씨는 하객을 50명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 이씨는 이미 청첩장을 보낸 친척과 친구들 수백명 가운데 ‘50명’을 선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가피하게 저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음을 알립니다’라는 안내문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보냈다. 결혼식 초청에 선발된 50명에게는 마스크 착용과 출입명부 작성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담은 초청장을 다시 보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당혹한 것은 이씨뿐만 아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예식을 이번달로 미룬 상당수 예비 신랑·신부들이 초청장을 다시 만드느라 부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초청한 하객도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에 참석할지도 미지수다. 일부 예식장은 하객없는 결혼식을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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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다. 결혼식 하객 수를 당초 수백명으로 예약한 피로연 식당의 취소다. 50명 하객으로 줄여 피로연 대신에 선물을 대치하는 예비 신랑·신부가 많다. 하지만 피로연 식당 취소시 위약금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됐다. 예비 신랑 박모씨는 “애초 250명 정도의 피로연 식당을 예약했지만 50명으로 줄어들어 예약취소를 해야 되지만 여의치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예비 신랑·신부는 코로나19에 하객을 축소해서라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예비신부 최모씨는 “지난 4월에 예식을 잡았지만 코로나19로 여름으로 옮겼다”며 “갑자기 광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 걱정했는데,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만 초청해 식을 올릴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하객 제한으로 예식을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식뿐만 아니라 당장 불가피한 모임·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시민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당국의 대응 조치에 대부분의 시민은 공감했지만 일부 불가피한 행사를 예정한 시민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례식장도 결혼식장 못지않는 고민에 빠졌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장례를 치러야 하는 유족들도 이러한 상황이 야속하긴 마찬가지다.

장례식은 취소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데다,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조문객을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돌잔치나 칠순 잔치 등을 위해 식당을 예약한 일부 사람들도 위약금을 내더라도 행사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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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계약 취소로 인한 손해를 모두 떠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시민들의 배려와 성숙한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과거엔 '예의 부족'으로 여겼던 계좌이체 방식의 축·조의금 전달이 일상이 됐다. 직접 행사장에 방문하더라도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거나 식사를 하지 않고 돌아오기도 한다.

지인 결혼식을 앞둔 송모(38) 씨는 "결혼식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축의금과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려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향 시 복지건강국장은 "갑작스러운 대응 단계 격상으로 시민들이 불편하시겠지만 방역 당국의 조치를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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