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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람들 떠난 해수욕장엔 빈 병·마스크·꽉 찬 쓰레기 봉지만 [김기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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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은 악취 풍기는 술 냄새로 ‘진동’ / 쓰레기장으로 변신한 경포 해변 / 맥주병·소주병 등 백사장 곳곳에는 깨진 유리 조각 널브러져 / 맨발로 백사장을 밟는 피서객…술병 조각을 밟을 수도 / 투명 소주병은 눈에도 잘 띄지도 않아

세계일보

5일 오전 강원도 경포 해변은 백사장 곳곳에 모아 둔 쓰레기들은 마치 쓰레기 장을 방불케 했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쓰레기장도 아니고, 놀았으면 치우고 가던가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5일 오전 강원도 강릉 경포 해변에서 만난 한 피서객이 백사장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를 스마트 폰으로 찍으며 이같이 말했다. 경포 해변 중앙광장에서 바라본 해변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쓰레기 더미 주변으로 가족 단위 피서객은 바닷물에 몸을 담구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 주변으로 맨발로 뛰거나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물놀이를 즐기는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경포 해변부터 소나무 쉼터까지 시선을 두는 곳마다 어김없이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백사장은 맨발로 걷는 피서객은 군데군데 버려진 쓰레기 더미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다니고 있었다. 피서객은 대부분은 맨발로 다녀 자칫 깨진 채 버려진 소주병을 밟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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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에는 피서객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로 가득한 모습.


경포해변 곳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잡쓰레기는 물론 음식물 재활용 쓰레기까지 수북이 쌓여있었다. 지정된 쓰레기 수거함은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로 넘쳐 났다. 음식물 쓰레기와 캠핑용품 등이 마구 뒤섞여 버려져 손을 델 수 없을 정도였다.

백사장에 방치된 일회용 해물탕 그릇에는 담배꽁초와 담긴 채 모래에 반쯤 묻혀 있었고, 국물 찌꺼기는 백사장 주변에 흘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백사장을 따라가 보면 먹다 버린 각종 음식물과 소주병 종이컵 등 쓰레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쓰레기의 종류는 거의 비슷했다. 소주병, 캔 맥주, 맥주병, 플라스틱 음료병, 과자 봉지, 비닐봉지, 족발, 회, 돗자리, 컵라면, 폭죽 등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모두 피서객이 술을 마시거나 취사를 한 뒤 치우지 않은 채 그냥 떠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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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 해변을 찾은 피서객이 쓰레기를 청고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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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에는 바닷바람을 타고 풍기는 소금 짠 내보다 술이 반쯤 담긴 채 버려진 술 악취가 백사장을 뒤덮었다. 새벽까지 술판을 즐긴 듯 백사장에는 각종 술 냄새가 마르지 않은 채 모래에 베여 있었다. 술 냄새뿐만 아니라 족발 치킨,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음식물 냄새가 코를 찔렸다.

백사장을 쓰레기를 줍던 한 피서객은 “가족과 함께 어렵게 시간 내 동해를 찾았는데,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뉴스에서만 봤던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될 줄 정말 몰랐다”라며 아이와 함께 쓰레기를 다시 줍고 있었다.

피서객이 버리고 떠난 자리마다 어김없이 술병이 나 뒹굴었다. 담배꽁초가 담친 채 깨진 술병 조각도 눈에 띄었다. 투명 술병 조각은 백사장 모래와 함께 햇빛에 반사돼 빛나고 있었고, 푸른 바다색과 비슷한 소주병도 백사장에 널브러져 있었다. 깨진 투명 술병 조각은 모래와 구분 잘 되지 않았다. 맨발로 물놀이를 즐긴 피서객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밟고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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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백사장을 걷던 한 피서객은 “할 말이 없네요”라면서 “이렇게 놀고 싶을까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해변 인근 소나무 숲 보행로도 백사장과 다르지 않았다. 피서객이 사용한 돗자리와 각종 집기도 방치된 채 버려져 있었고, 바닷바람에 날린 각종 쓰레기가 소나무 숲을 뒤덮었다. 소나무 숲에는 음식물 담긴 종이 상자와 고기를 구워 먹은 듯 검게 그을린 석쇠가 버려져 있었다. 피서객이 아침까지 술판을 즐긴 듯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에는 벌레까지 들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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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객이 버리고 간 마스크가 모래에 파 묻혀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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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실도 다르지 않았다. 피서객들이 수시로 찾아와 화장실 쓰레기 수거함에 마구잡이식으로 버린 탓에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화장실 입구에는 별도의 분리수거함이 추가 설치돼 있었지만, 온갖 쓰레기들이 마구 섞여 난잡한 상태였다.

이날 찾은 경포 해변은 그야말로 ‘쓰레기 무법지대’나 다름이 없었다. 피서객이 버린 각종 쓰레기가 넘쳐 나면서 경포 해변을 청소, 관리하는 환경미화원들이 폭염 속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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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 해변 쓰레기 수거함에는 각종 분리 되지 않은 각종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


경포 해변 중앙광장에서 만난 강릉시 한 관계자는 “해수욕장 개장 전이고, 행정인력을 24시간 투입해 해변을 청소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며 “해변을 찾는 피서객이 기본 시민 의식을 갖고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글·사진(강릉)=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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