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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팩플] 금융당국 칼 뽑으려 하자, 카카오페이 "부정결제시 먼저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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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카카오페이 데이 2019' 행사에서 류영준 대표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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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2000만명이 쓰는 간편결제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 유출로 자신도 모르는 새 전자결제가 되는 피해를 입은 사용자에게 피해 금액을 먼저 보상해주기로 했다. 5일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부정결제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자체적으로 사고조사를 한 후 선량한 피해자에겐 우리가 먼저 보상을 하는 '선(先)보상 제도'"라며 "준비를 거쳐 다음달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카카오페이가 선보상을 제도화하면 국내 핀테크 업계 중 첫 사례가 된다. 경쟁이 치열한 핀테크 업계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 지난달 금융 플랫폼 토스(Toss) 부정결제 사건이 알려지자, 토스 측은 '피해액 전액 환급' 카드를 꺼냈다. 카카오페이가 이를 공식 제도화하는 모양새다. 그간 '피해자 우선 보상'은 전자금융업 사업자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 간편결제 사업을 하는 핀테크 업체(전자금융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카카오페이가 내놓은 대책이다.



나랑 무슨 상관?



부정결제 선보상 제도가 확산되면 금융사기 피해 구제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금융피해시 입증 책임을 소비자(피해자)가 지게 돼 있다. 수사 결과가 나와야 피해 보상이 가능해 금융사기를 당한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기까지 반년 이상씩 걸렸다.

· 카카오페이는 부정결제 피해가 발생하면 자체 조사를 통해 피해자가 '선량한 피해자'인지 판단한다. 외부 해킹 등의 이유로 부정결제됐다면, 카카오페이가 피해 금액을 바로 보상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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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국내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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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후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로 사고 책임자가 밝혀지면 카카오페이가 구상권을 청구한다. 단,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이 밝혀지면 카카오페이에 보상금을 돌려줘야 할 수 있다. 가령, 소비자가 개인정보나 비밀번호를 스스로 노출해 부정결제 됐다면 소비자 과실이 인정된다.



배경이 뭐야?



지난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120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 20조원 수준에서 급성장을 거듭했다.

· 대중적 서비스로 커진 만큼, 보안 기술과 업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단 요구도 커졌다. 지문·PIN 번호 만으로 손쉽게 결제·송금이 이뤄지는 서비스 특성상 금융사기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 이런 우려를 반영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전자금융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금융위원회 6월 12일 제3차 규제입증위원회). '이용자 과실이 명확하지 않으면 금융사가 피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핀테크 업체들이 적용받는 전자금융법 9조(전자금융업자 책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 통신사기 피해환급법도 개정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토스 등 전자금융사업자는 현재 통신사기(보이스 피싱 등)에 대응할 권한과 책임이 없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들도 금융기관으로 보기로 했다. 금융사 수준의 예방책을 수립하고 정보를 공유해야하는 의무 등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 신용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16조)에 따라 카드정보유출(해킹, 전산장애, 정보유출 등 부정한 방법)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금액 전액을 카드사가 선보상해야 한다. 부정결제 발생시 '고객 잘못'이라는 입증 책임을 카드사에 두고 있다.



해외에선?



부정결제시 소비자 선보상은 글로벌 흐름이다. '간편' 결제의 편리함은 살리고, 소비자 우려나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이다.

· 글로벌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의 경우 지난해 11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소비자에게 배상했다. 이는 페이팔 전체 매출액의 약 0.15% 수준이다.

· IT 업계 관계자는 "보안인증 추가하다 보면 더는 '간편결제'라 부를 수 없게 된다"며 "해외 업체도 결제 절차를 복잡하게 하는 시도 대신 보상제도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도 이상금융거래탐지(FDS) 등 기술적 보안책과 별도로 '선보상제'라는 정책적 대안을 내놓은 것.

·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 대학원 교수는 "간편결제 플랫폼에 중요한 건 사용자의 편의성을 유지하며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최소한 이 서비스에서 내 돈을 억울하게 뺏길 일은 없다는 인식을 심기 위해 글로벌 추이에 맞춰 선보상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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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브랜드평판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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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 카카오페이 측은 소비자 보호 태스크포스(TF)를 통해 8월 중 구체적인 피해 보상 한도, 추가 피해 방지 등 세부 정책을 수립해 선보상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카카오페이가 법적 책임을 지는 '배상'이 아니라 '보상'이다.

· 고려대 김승주 교수는 "해외의 경우 금융, 핀테크 소비자를 약자로 보고, 피해 구제를 우선시한다"며 "국내에선 이용자 중대과실에 해당하면 배상을 못 받는데, 약관상 이용자 중대과실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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