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北 “美와 마주할 용의 없어”… 제동 걸린 ‘10월 서프라이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선희, 비건 방한 앞두고 담화 / ‘실질 없는 북·미회담’ 거부 의사 / 제재 완화 美 계산법 변화 압박 / 南의 중재자 역할도 차단 나서 / 트럼프 향해 절제된 언어 사용 / 일각선 “대화 가능성 열어둔 것” / 7일 방문 비건 움직임에 주목

세계일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최근 급부상한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담화를 발표했다. 사진은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노딜’로 끝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내고 최근 부상하고 있는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직전 북·미 회담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할 것이라는 워싱턴 일각의 추측과 이를 북·미 회담 재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기대를 직접 나서 차단한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직전 미국의 ‘계산법 변화’ 없는 회담은 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여준 셈이다. 다만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맞춰 담화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고 있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일부 관측도 나온다.

◆최선희, “‘10월의 뜻밖의 선물’ 공상가들의 생각”

최 제1부상은 4일 담화에서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북·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 데 대하여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우리의 비핵화조치를 조건부적 제재 완화와 바꾸어 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 제1부상의 일련의 언급은 ‘실질 없는 회담’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며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최 제1부상이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 것은 한국 정부를 겨냥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5일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북·미 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세계일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북·미 마주 앉을 여건 조성 안 돼”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근본적 계산법 변화’ 없이 더는 미국과 마주 앉지 않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실제 북한은 하노이회담 이후 연합훈련 중단 등을 포함한 안전보장을 새 조건으로 꺼내들었고, 하노이 때보다 회담 재개를 위한 기준을 더 높인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한·미 군사훈련, 제제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이 전환되지 않는 한 미국과 다시 마주 앉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것부터 제대로 지키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최 제1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은)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세계일보

일각에선 최 제1부상이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앞서 담화를 낸 것이 역설적으로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격하지 않는 것도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현재 북·미가 마주 앉을 만한 여건 조성은 안 된 상태”라며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더라도 북한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거부 의사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오는 7일 방한 가능성이 높은 비건 부장관은 2박3일 한국에 머무른 뒤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며, 중국은 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의 만남을 성사시키려 했던 지난 12월 방한 때 그는 중국을 찾았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에서도 북한에 “대화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동행할 가능성이 높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