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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中, ‘보안법’ 시행에 맞춰 무장경찰 홍콩 투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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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기관 수장 비롯 핵심 요직 인선도 마무리 / 무장경찰 200∼300명 파견 계획 / 안전공서와 협력·홍콩경찰 지원 / 주홍콩 안전공서 수장엔 정옌슝 / 강경파 관리로 시진핑 의중 분석 / 홍콩내 민주진영 압박도 거세져 / 민주화 인사 저서 검열·대출 금지 / 조슈아 웡 “홍콩에 남아 투쟁 계속”

세계일보

“홍콩 독립을”… 성조기 들고 美 총영사관 인근서 시위 홍콩시민들이 4일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축하행진을 벌이던 도중 집회에 참여한 한 여성이 경찰관들 앞에서 커다란 성조기 깃발을 들고 서 있다. 지난 1일부터 ‘홍콩 국가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경찰은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내용의 깃발이나 팻말을 든 시위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춰 무장경찰을 홍콩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화 인사 저서를 검열하고, 공공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현대판 ‘분서갱유’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국은 특히 중앙정부 안보기관인 국가안전공서 수장을 비롯해 홍콩보안법이 규정한 핵심 요직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하는 등 법 시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홍콩 명보는 5일 중국 중앙정부가 본토 내 무장경찰 200∼300명을 홍콩에 파견해 치안을 감독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조직인 무장경찰은 폭동과 시위 진압 등 임무를 전문으로 하는 사실상 군사조직이다. ‘관찰원’ 신분으로 파견할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중앙정부가 직접 홍콩 치안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오커즈 중국 공안부장은 전날 공안부 당 위원회 회의에서 “홍콩보안법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국가안전공서’와 협력하고, 홍콩 경찰을 지도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기본법에 따르면 홍콩 정부가 필요할 경우 홍콩 주둔 중국군에게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또 홍콩보안법 실행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기관인 주홍콩 국가안전공서 수장에 강경파 관리 정옌슝을 임명했다. 중국공산당 광둥성위원회 상무위원회 비서장을 지낸 그는 2011년 광둥성 산웨이시 당서기 재임 당시 토지수용 보상을 요구하는 우칸 마을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정보기관 출신 인사가 아닌 선전업무 경험이 있고, 홍콩 사무를 잘 아는 강경론자를 배치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중이라는 분석이다. 홍콩보안법의 상징적 기관의 수장으로 강경파 인사를 기용한 것은 홍콩보안법 시행에 대한 중국 정부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홍콩 내 안보 최고기관인 국가안보수호위원회를 공식 발족하고, 중앙정부 파견 ‘국가안보사무 고문’에는 뤄후이닝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이 임명됐다. 국가안보수호위원회는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주석을 맡는다. 중앙정부 감독과 문책을 받도록 하는 만큼, 뤄후이닝 고문을 통해 중앙 정부의 개입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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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이 지난 1일 코즈웨이 베이 지구에서 벌어진 시위의 가담자들을 줄줄이 연행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 내 민주 진영에 대한 압박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현재 홍콩 내 공공도서관에서 조슈아 웡 등 홍콩 민주화 인사의 저서가 모두 사라져 대출할 수 없게 됐다. ‘나는 영웅이 아니다’ 등 웡의 저서 2권을 비롯해 탄야 찬 의원의 ‘음식과 정의를 위한 나의 여행’, 그리고 홍콩 자치를 주장해 온 학자 친완의 저서인 ‘홍콩 도시국가론’ 등의 저서들의 대출이 불가능하게 됐다. 홍콩변호사협회 필립 다이크스 회장은 “경악스러운 일이다. 정보를 추구할 수 있는 대중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웡은 이날 한 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홍콩에 남아 거리에서 투쟁을 이어가겠다. 아직 여기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입법회 의원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우산혁명’의 또다른 주역인 네이선 로가 외국으로 망명한 것에 대해 그는 “홍콩을 위해 싸우려고 떠난 것”이라며 “우리는 국제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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