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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극좌파” 색깔론 공격 [대선만 보이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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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파괴 운동에 맞서

‘조각공원 조성’ 행정명령

백인 보수층 결집 의도

[경향신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 244주년인 4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벌어진 인종차별 철폐 운동과 일부 시위대의 동상 공격을 비판하며 “그들에게 미국의 모든 가치, 역사, 문화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영웅들’을 기념하기 위한 조각공원을 새로 조성하기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코로나19 졸속 대응,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 언급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진보 성향 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하며 ‘문화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기념식의 연설을 통해 “우리는 극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를 격퇴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화난 폭도가 우리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우리 역사를 지우고, 우리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우리 자유를 뭉개도록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 노예제 옹호 전력이 있는 인물 동상 공격 운동을 하는 시위대를 극좌파 등으로 규정하며 ‘색깔론’을 편 것이다. 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한 추모 메시지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을 새긴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행사의 연설에서도 “분노한 폭도들이 우리 건국자들의 동상을 파괴하고, 우리의 가장 신성한 기념비들을 훼손하며, 우리 도시들에 폭력적인 범죄를 촉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에게 미국의 모든 가치, 역사, 문화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상 파괴 운동에 맞서 미국 영웅들을 기념하는 국립 조각공원을 새로 조성토록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전직 대통령과 개척자, 탐험가, 노예해방론자, 민권운동가 등의 동상을 기부받거나 새로 만들어 2026년 7월4일까지 새로 개장한다는 것이다. 동상을 세워야 할 31명의 명단까지 행정명령에 적시했는데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 빌리 그레이엄 목사,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 보수 진영의 현대사 인물은 포함한 대신 민주당 대통령이나 진보 성향 인물은 배제해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전쟁을 선포한 것은 오는 11월 대선 판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극좌파가 미국의 역사를 지우려 한다”는 메시지로 백인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서 이기기 위해 인종과 문화적 갈등의 뇌관을 활용해 자신의 지지 기반인 백인들에게 공포를 부추길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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