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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독립기념일 행사… 트럼프에겐 '유세장'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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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행사 연설에서 분열 조장

미국이 4일(현지 시각)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을 맞았다.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하는 미국의 '244번째 생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성난 폭도가 건국 아버지들의 동상을 파괴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흑인 노예제와 관련된 역대 대통령 동상 철거 운동을 벌이는 것을 공격한 것이다. 이른바 '역사 지키기 전쟁'을 통해 독립기념일을 보수 백인 지지층 결집에 활용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승리를 위해 백인 지지 기반에 공포심을 조장하려 미국 사회의 인종적, 문화적 화약고를 활용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오는 11월 대선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대통령이 이념 대결 구도로 정치적 반격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워싱턴·제퍼슨·루스벨트·링컨… 그 옆에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산(山) 국립기념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7월 4일) 불꽃놀이 행사에 참석해 미국 전직 대통령 4인의 석상 앞에 서 있다. 석상은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시어도어 루스벨트·에이브러햄 링컨의 모습이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5만명대를 기록했지만 행사에 참석한 7500여 명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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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 연설에서 "우리는 급진 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를 격퇴하는 과정에 있다"며 "나는 좌파와 약탈자들의 공격에서 미국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어 "화난 무리가 우리의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자유를 뭉개도록 놔두지 않겠다"면서 "1492년 콜럼버스의 미국 발견으로 시작된 미국적 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분명하고도 충실하게 미국의 역사를 지키길 원한다"고도 했다. 전날 그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등에 공격받은 인물들 동상을 복구하는 역사 공원 건립 계획을 정부가 6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B-1B,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F-22, F-35 스텔스 전투기들이 백악관 상공을 저공비행으로 통과하는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 행사도 진행했다. 코로나 확산 우려로 워싱턴 DC 시장이 이날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할 것을 요구했지만, 백악관은 각지의 주요 인사 수백명을 불러모았다.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코로나에 대해선 "정부가 잘 통제하고 있다.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면서 "코로나에 감염돼도 99%는 괜찮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3일에도 중부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산(山) 국립기념지를 찾아 B-52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에어쇼와 불꽃놀이를 주최했다. 이곳엔 미국 전직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에이브러햄 링컨·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초대형 두상이 조각돼 있다. 최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과거 노예제와 관계있다고 공격하는 인물들이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성난 폭도들이 건국의 아버지들 동상을 파괴하고 신성한 기념관을 훼손하고 있다. 독립혁명을 타도하려는 극좌 파시스트들의 역사 말살 행위"라면서 "나쁘고 악한 사람들에게 미국의 가치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러시모어산에 다섯 번째 대통령으로 새겨질 것"이라며 환호했다.

이곳에 모인 정부 관계자와 트럼프 지지자는 7500여 명으로, 마스크를 쓴 이는 거의 없었고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여자 친구이자 캠프 모금 담당인 킴벌리 길포일이 현지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가 잘 통제되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의 4일 코로나 일일 신규 확진자는 5만3000여 명에 달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에선 각각 사상 최다인 1만명 안팎의 감염자가 쏟아졌다. 독립기념일의 핵심인 불꽃놀이도 80%가 취소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4일 미국 곳곳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백악관 인근 광장에서는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웠다. AP통신에 따르면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시위대가 미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동상을 끌어내렸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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