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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흥국'인 터키 경제가 심상치 않다. 2018년 한 차례 환율 위기를 겪은 터키에서 최근 들어 또다시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경제 회복의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신흥국 전체에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일(현지시간) 터키중앙은행에 따르면 터키의 외환보유고 규모는 지난달 26일 기준 514억1600만달러(약 61조6700억원)로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2월 말 774억1300만에서 200억달러 이상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금융안정성 보고서를 통해 터키의 외환보유고 규모가 적정선 아래로 내려왔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생산 급감, 갑작스러운 대출 비용 증가 등이 제한적 재정 여력이나 외부적 금융 취약성 등에 타격을 줄 것으로 봤다.
외환보유고 급감이 우려되는 것은 터키 통화인 리라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과 관계가 있다. 터키 당국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을 투입한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리라화 환율은 지난 3일 연초 대비 15% 이상 오른 달러당 6.8623리라(리라화 약세)에 장을 마감했다. 터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빠져나가고 있다. 리라화시장에서의 30일 평균 거래량 중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2018년 2월 65% 가까이 증가했으나 지난 5월 말 20%대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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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내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터키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지난해 6월 24%에서 지난달 8.25%까지 1년 새 15%포인트 이상 낮췄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12.62%를 기록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도 지난 3월 기준 13%를 넘어섰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터키의 물가와 외부 취약성이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와 장기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2018년 환율 위기를 재현하거나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미국인 목사 송환 문제를 놓고 터키와 미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리라화 환율이 급등하는 등 터키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던 상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터키중앙은행은 주요국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뒤 카타르중앙은행과의 스와프 규모를 기존의 3배로 늘려 150억달러로 늘렸다. 지난달 중국과의 교역에서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이어 이보다 앞선 5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자 무랏 세틴카야 터키중앙은행 총재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셔널(MSCI)은 최근 터키를 신흥국보다 한 단계 낮은 프론티어 국가나 지수에 편입되지 않는 독립형 시장으로 강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개월 사이 터키 정부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각종 제재 등을 부과하면서 시장 접근도가 떨어진 게 검토하게 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터키의 금융시장 불안이 다른 신흥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신흥국에서의 외자 유출 규모가 큰 상황에서 터키의 금융 불안과 아르헨티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 등이 세계 금융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신흥국 금융평가보고서에서 최근 10년간 터키의 외화부채 증가 속도가 신흥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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