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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손님이 멱살 잡고 욕설"…울산 스타벅스서 '고객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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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에서 고객에게 멱살을 잡히고 욕설을 듣는 등 '갑질'을 당했다는 직원의 글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조선일보

/조선DB


지난달 15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스타벅스 직원 A씨가 '저는 오늘 고객을 고소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과 A씨의 가족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온라인 블로그 글을 종합하면 사건은 지난 5월 울산 남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어났다.

A씨는 "고객이 라떼 2잔을 주문해, 사이즈와 따뜻한 음료인지를 확인했다"며 "고객이 맞는다며 결제를 했으나, 음료가 나오자 대뜸 따뜻한 음료 1잔과 아이스 1잔을 시켰다며 화를 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에 '고객님이 따뜻한 것 2잔 시키셨어요'라고 대답했을 뿐인데, 그때부터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들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이 고객은 본사에 전화를 하라며 '너 같은 거 가만히 안 두겠다. 끝까지 가자'라며 소리를 지르고, 명찰을 확인하면서 지속적으로 욕설했다고 한다.

A씨는 "다른 직원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죄송하다'며 음료를 새로 제공했지만, 고객은 그 음료를 마시며 계속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고객이 자신이 먹던 음료를 환불해달라며 음료를 트레이에 던졌다고 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음료가 손에 묻자, 냅킨으로 손을 닦아 저에게 던졌다"고 했다.

A씨는 "계속 이렇게 욕을 하시면 녹음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고지하고 녹음을 시작하자, 고객이 휴대폰을 뺏어 녹음된 부분을 지우고 휴대폰을 부수려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점장이 들어오자, 고객은 '저 X에게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나는 주문을 제대로 했는데 직원이 잘못해놓고 사과도 안한다'며 욕설을 이어갔다고 A씨는 토로했다.

A씨는 이후 점장의 행동이 더 좌절스러웠다고 글을 이어갔다. A씨는 "고객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응대자를 현장에서 배제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지만, 점장은 이를 지키지 않고, 고객에게 사과하라고 했다"며 "원하지 않는 사과를 강제로 해야만 했다"고 적었다.

A씨는 "당시 사건을 목격한 다른 고객이 이후 스타벅스 VOC(고객의 소리)에 '갑질 고객과 이를 묵인한 점장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는 글을 올리자, 점장은 그제서야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역량 평가에서 생전 처음 받아보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근무 중인 직원을 전혀 보호하지 않는 매장 책임자들의 태도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한 달이 넘은 지금도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고, 병원을 가는 것 외에는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렵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 권리를 찾기 위해 용기 내서 저는 그 고객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A씨의 가족이 온라인에 공유한 '스타벅스 직원 폭행 사건 가해자 처벌 탄원서'에는 1만2719명이 참여했다. A씨의 가족은 "탄원서 내용을 정리해 울산중부경찰서와 울산지방검찰청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부디 이 사회와 스타벅스라는 회사에 정의가 살아있기를 한마음으로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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