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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블랙리스트·피넛갤러리…영어 속의 인종차별 [정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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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제도적 인종주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노예제·인종차별과 연관된 일상적인 영어 관용어들을 소개했다.

컴퓨터 기술자들 사이에서는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슬레이브·마스터와 같은 용어가 인종차별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자성이 나왔다. ‘배신하다(sell somebody down the river)’와 같은 관용어는 노예제도에서 유래했다. IT업계부터 부동산업계까지, 미국 곳곳에서는 차별적 의미가 담긴 기존 용어를 다른 말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CNN이 소개한 인종차별적 맥락이 담긴 영어 문구들을 소개한다.

경향신문

CNN이 6일(현지시간) ‘인종차별적 의미를 갖는 일상적인 단어와 구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CNN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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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용어

마스터 침실·욕실(master bedrooms·bathrooms) : 집에서 가장 큰 침실이나 욕실이 딸린 침실을 말한다. 1926년 상업적 인쇄물에 처음 등장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가정에서 광범위하게 쓰던 용어다. 이 용어가 미국의 노예제에 뿌리를 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휴스턴 부동산중개업자협회는 ‘마스터 침실’이라는 용어를 ‘기본(primary) 침실’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 컴퓨터 용어 등

마스터·슬레이브(master·slave),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black·white list) : 마스터와 슬레이브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서 한 장치가 다른 장치를 제어할 수 있을 때 쓰는 컴퓨터 용어다.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는 전자메일·IP주소 등이 허용되거나 차단될 때 쓰이는 컴퓨터 용어다. 이 용어들에 인종차별적 기원이 있지는 않지만, ‘검정은 나쁘고 흰색은 좋다’는 차별적 이미지를 강화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트위터는 최근 ‘마스터’, ‘슬레이브’, ‘블랙리스트’를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컴퓨터 용어는 아니지만, 불법 행위를 뜻하는 ‘블랙볼(Blackball), 블랙 마크(black mark)’도 잘못을 묘사하기 위해 검정을 차용했다. 더글라스 롱 셔 UCLA 연구원은 “검정은 악과 불명예에, 흰색은 품위와 순수에 연관시킴으로써 그런 특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용어

마스터 토너먼트 : 미국 프로골프협회의 4대 주요 경기 중 하나다. 1934년 조지아주의 골프 클럽인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에서 처음 만든 이름인데, 미국 남부의 노예 주인들을 상기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십 년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모든 골프장 캐디가 흑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1975년까지 흑인 골퍼들의 참가를 막았다. 흑인 회원은 1990년까지, 여성 회원은 2012년까지 이 골프 클럽에 가입할 수 없었다.

■예술 용어

피넛 갤러리(peanut gallery) : 극장에서 가장 싼 좌석이나 시시한 비평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속어다. 백인과 흑인 좌석이 구분되던 19세기 후반 흑인들이 앉던 자리였다. 좌석에서 주로 땅콩(peanut)을 다과로 팔아 유래했다.

■관용어

케이크워크(cakewalk) : 쉬운 승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을 일컫는 말. 남부 농장에서 흑인 노예들이 추던 춤에서 유래한 말이다. 농장주들은 케이크를 상으로 걸고 노예들에게 이 춤 경쟁을 시켰다.

린치 몹(Lynch mob) : 지금은 부당한 공격이나 처벌을 의미하는 포괄적인 용어로 발전했지만, 초기에는 흑인들을 고문하고 교수형에 처하던 백인 무리를 일컫는 말에서 시작했다. 19세기와 20세기 흑인들은 백인과 대화를 하거나 백인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폭행(린치)당하곤 했다.

거만한·건방진(uppity) : 19세기 백인들이 자신들에게 충분히 경의를 표하지 않는 흑인들을 묘사하기 위해 쓰던 말이다. 오만하다(arrogant)는 말보다 훨씬 악의적인 뜻이 담겼다. 19세기 많은 흑인이 ‘건방지다(uppity)’는 이유로 백인들에게 구타당했다. 최근엔 일부 영국 언론들이 영국의 메건 마클 왕자비에게 이 단어를 써서 논란이 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도 모욕감을 줄 의도로 이 단어가 종종 쓰였다.

배신당하다(sold down the river) : 직역하면 ‘강을 따라 팔려나간다’는 뜻인데, 1800년대 노예 상인들이 미시시피강을 따라 흑인 노예들을 팔던 데서 유래한 말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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