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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출판] 여자는 전쟁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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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출판]전쟁과 여성 이야기 담은 <파시즘과 싸운 여성들>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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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의 노벨문학상(2015년)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2015년 국내 출간 제목)고 갈파했다. 그러나 직업군인이 아닌 여성들이 정치적 신념이나 대의를 위해 전쟁, 혁명, 독립투쟁에 직접 참여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특히 20세기 전반기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여성 전사가 자유와 인권을 위해 전선에 뛰어든 전쟁으로 기억된다.

미국 작가 캐스린 애트우드의 <파시즘과 싸운 여성들>(곽명단 옮김, 돌베개 펴냄)은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에게 정면으로 맞섰던 유럽 7개국과 미국의 여성 26명의 삶과 투쟁을 재조명한다. 이들은 독일의 반나치 지하조직 ‘백장미’를 창설하고 처형당한 대학생 조피 숄부터, 미용사·간호사·시계공·은행원·소녀가장·교사까지 신분과 직업을 가리지 않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댄서 조세핀 베이커는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 첩보원으로 활약하면서 나치즘과 인종주의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과 연합군 병사들 사이에도 흑백 차별이 있음을 확인하고 전체주의와 인종주의에 동시에 맞섰다. 이레나 센들러(폴란드), 요흐티어 포스(네덜란드), 에바 룬(덴마크) 등은 나치 게슈타포에 발각될 경우 지독한 고문과 처형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저항운동가와 유대인을 숨겨주거나 피신시켰다. 앙드레 더용(벨기에)은 독일군 점령지에 고립된 연합국 군인들을 피레네산맥을 넘어 탈출시키는 데 앞장섰다. 게슈타포가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던 낸시 웨이크(영국)가 연합군의 비밀 연락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은 거리는 수백㎞에 이른다. 미국 종군기자 마사 겔혼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현장 취재를 거부당했으나 병원선을 타고 밀항해 ‘디데이’를 생생하게 보도했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평화학자 베티 리어든은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황미요조 옮김, 나무연필 펴냄)에서, 폭력의 극단적 형태인 전쟁을 페미니즘 관점으로 해석한다. 원제가 ‘성차별주의와 전쟁 체제’(Sexism and the War System)다. 이 둘은 ‘타자성’을 폭력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뿌리가 같다. 이때 타자성은 “인간의 차이뿐 아니라 인간 가치의 위계질서, 즉 다른 성·인종·계급, 다른 국가의 시민, 다른 정견 지지자 등을 비인간화”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국민국가 체제에서 남성의 사회적 특성이 과잉된 형태로 표출된 군사주의와 이를 유지하는 가부장제”가 남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구조적 폭력임을 논증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이 해제에서 “군사주의는 전쟁에만 관련된 개념이 아니라 일상의 사회적 문제를 전적으로 힘의 원리로 해결하는 일종의 문화정치”라고 짚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은이는 “우리 안의 타자를 인정하는 것이 원초적 상처를 치유하고 공존하는 인간화 과정의 근본”이라며 “페미니즘은 생명을 선택한다”고 강조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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