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서울 휘문고 ‘회계비리’와 관련해 이 학교에 대한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학교 회계비리를 근거로 한 자사고 지정취소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교육청은 9일 “교육청 감사, 경찰 수사, 법원 판결로 회계 부정 사실이 밝혀진 휘문고에 대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청문 등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자사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그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018년 민원감사를 통해 학교법인 휘문의숙 제8대 명예이사장, 그의 아들인 당시 이사장, 법인사무국장 등이 38억2500만원 규모 공금 횡령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명예이사장은 학교법인 카드 사용 권한이 없는데도 학교법인 신용카드를 소지해 2013∼2017년 2억39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썼고, 카드 대금 중 일부를 학교회계에서 지출하기도 했다.
서울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의뢰했고, 올해 4월 대법원이 이사장과 법인사무국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명예이사장의 경우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서울교육청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이달 1일 ‘자율학교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휘문고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를 심의했다.
서울시교육청. 세계일보 자료사진 |
서울교육청은 명예이사장, 이사장, 법인사무국장 등의 배임과 횡령, 횡령방조 행위에 대해 “자사고의 자율권에 따르는 사회적 책무성과 공정성에 반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사립학교법, 사립학교법 시행령 등을 위반한 심각한 회계부정이기 때문에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휘문고에 대해 서울교육청이 이같이 판단함에 따라 서울 내 자사고 21곳 중 지정취소 절차를 밟지 않는 곳은 12곳이 남게 됐다. 다만 이들 학교를 포함한 모든 자사고는 오는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될 예정이다.
학교 회계비리로 인해 지정취소 판단이 떨어진 건 이번에 휘문고가 유일하다. 그간 자사고에 대한 서울교육청 측 감사와 경찰 수사의뢰 등이 절차가 이뤄진 경우는 휘문고 외에도 있었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이란 판단을 내렸다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 반영한 감사 사항상 회계부정과 휘문고의 회계부정은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라며 “금액 규모도 다르고, 법 전문가로부터 초·중등교육법상 자사고 지정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회계부정이라는 자문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은 휘문고 대상으로 오는 23일 청문 절차를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지정취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후 교육부에 지정취소 동의를 신청하게 되고,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휘문고는 2021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현재 재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기존 자사고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다만 휘문고가 교육청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일반고 전환 일정이 더 늦춰질 수 잇다. 지난해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판단이 떨어진 다른 자사고의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올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채 신입생을 받았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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