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먼저 만남 요청한 적 없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9일 청와대 귀빈접견실에서 만나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9일 청와대에서 면담을 갖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해법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의 안보라인 교체 이후 한·미 간 고위급 접촉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서 실장은 회동에서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임을 강조하면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자고 했다. 비건 부장관도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측은 아울러 다양한 한·미 양자 현안 및 국제정세에 관해 논의했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우리 정부가 내놓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이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3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라는 점에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 및 구체적인 북한과의 실무접촉 시나리오 등 진지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우리 정부는 현재 북한이 대화 재개에 나설 경우뿐 아니라 현재의 남북 간 냉각기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적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방향으로 독자적인 남북 간 교류 추진도 모색 중이다.
특히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경우 과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및 남북 간 도로·철도 연결 등 긴장 완화 및 물적 교류 방안도 검토해왔다.
다만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향에도 비건 부장관은 원론에 가까운 입장만을 전날 밝힌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전날 북한이 최근 언급한 "미국과 다시 마주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북한에 만남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이 선제적으로 대화를 요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필요시 북·미 3차 정상회담 발언과 톤이 다른 점은 미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큰 틀에서의 강온 전략이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 급진전 시 필요에 따라 대화는 물론 정상회담 카드도 유효하지만 단순히 11월 미국 대선 시점까지 북한에 대한 관리 차원에만 무게를 둘 가능성이다.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기간 한반도에 평화를 조성할 수 있는 남북협력을 지지하고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미국은 동시에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제한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 카운터파트와 북한 문제 논의에 돌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호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