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조6천억 원을 투입하는 '서울판 그린뉴딜' 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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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실종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박 시장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졌다”는 고소인의 주장은 그간 박 시장이 보여준 ‘여성 인권 변호사’로서의 행보와 매우 엇갈린다.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비롯한 여성친화 정책을 브랜드로 내세운 박 시장은 ‘성희롱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인식을 처음 만든 결정적 사건의 변호인이기도 했다. 1993년 법적으로 최초 제기된 성희롱 사건인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이 그것이다. 이종걸·최은순 변호사와 함께 피해자를 대리한 박 시장은 6년의 법정 공방 끝에 98년 서울고법에서 가해자가 우 조교의 정신적 피해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당시 박 시장이 고소장에 적은 마지막 문장은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호숫가에서 아이들이 장난삼아 던진 돌멩이로 개구리를 맞춘다. 아이들은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문장이었다.
박 시장은 같은 해 이 사건의 변호인 자격으로 받은 ‘올해의 여성운동상’ 상금을 한국여성단체연합에 기부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우근민 제주도지사 성추행사건 민간진상조사위원회에서 민간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해 일련의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3·1운동 100주년 기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행사에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앞줄 왼쪽부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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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향한 성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한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지원 활동에도 참여했다. 2000년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여성 국제전범 법정'에서 남북공동검사단의 남측 대표 검사로 참여해 “한반도는 10만명 이상이 군대위안부로 동원된 최대 피해국”이었다며 일본 정부를 기소했다. ‘여성 국제전범 법정’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 만행과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따지기 위해 시민단체가 국제연대를 통해 마련한 것이었다. 이때 박 시장은 기소를 마무리 지으며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겼다.
2011년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엔 여성 친화적 정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여성의 적극적 사회 참여, 경제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2017년 1월 ‘서울시 여성리더와 함께 하는 신년회’에서는 “여성다움이 원순다움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겠다”며 여성친화형 리더가 되겠다고 공표했다. 당시 박 시장은 “1조원을 투입해서 32만개의 여성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여성 중심, 노동 중심의 세상을 만들겠다. 좋은 세상은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중심이 된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 개선위원회 위촉식 및 제1차 회의'에서 공동위원장인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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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이제 우리 사회가 우먼파워, 소프트파워의 주인공인 여성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특히 서울시는 여성들이 마음놓고 일하도록 하기 위해 보육과 돌봄으로부터 해방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선거 과정에선 캠프 자원봉사자들의 성폭력 예방교육도 강조했다. 지난 2018년 5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그는 “(성폭력은)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후에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원칙도 그는 강조했다. “성희롱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희롱ㆍ성폭력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하다”라고 당부하면서다.
그는 세계 여성의 날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여성들을 응원하고 성희롱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2018년 3월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에 대한 '미투' 폭로 등이 이어진 뒤엔 '미투' 운동을 용기 있는 영웅들의 행동이라고 부르며 "하나의 영웅들의 의지만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사회적 연대도 필요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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