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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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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판결 원했는데"…'청주 여중생 사건' 소송 결국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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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주 여중생 2명을 기리는 추모제가 2021년 8월 청주 성안길 사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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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부실 수사”, 법원 “검사 판단 합리성 인정”



‘청주 여중생 사건’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가 무산됐다.

청주지법 민사5 단독 노승욱 판사는 성폭행 피해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A양(당시 15세) 부모가 대한민국과 청주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19일 기각했다. A양은 2021년 5월 12일 충북 청주 한 아파트에서 친구 B양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두 여학생 모두 B양 의붓아버지 원모(59)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였다. 원씨는 징역 25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박씨에 따르면 A양은 2021년 1월 B양 집에 놀러 갔다가, 잠든 사이에 원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박씨는 A양 친구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그해 2월 1일 경찰에 신고했다. 계부와 함께 지냈던 B양 피해 사실은 그해 2월 청주의 한 병원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 드러났다. 3개월 넘게 경찰 조사가 진행됐지만, 원씨를 분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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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여중생 사건 피해자 유족이 19일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기각된 뒤 재판부 판결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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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분리 기회 3번 놓친 검·경



이 기간 원씨 체포영장은 1번, 구속영장 신청은 2번이나 집행되지 않았다. 박씨는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무려 3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수사기관과 청주시의 가해자 분리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가해자 구속 영장은 아이들이 숨진 지 2주 뒤에야 발부됐다”고 말했다. 박씨가 확보한 검찰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원씨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없다’ ‘피해자 진술 내용을 영상물로 녹화하지 않았다’ ‘입증 증거를 보완하라’는 등 이유를 들어 경찰이 신청한 체포·구속 영장을 반려했다.

A양 부모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씨 구속 사유가 충분했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경찰은 2021년 3월 10일 검찰 측에 A양의 진술이 일관되고 정신과 기록과 B양 피해 사실에 비춰 범죄의 상당성이 인정되는 점, 원씨가 증거인멸 우려를 넘어 이미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는 점, 원씨와 B양이 단둘이 거주하고 있는 점 등 강조하며 구속 영장 발부를 강조했으나, 검찰이 반려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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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여중생 유서 공개하는 기자회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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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수사 지연돼 딸 잃었다”



재판부는 박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비구속을 원칙으로 하는 점, (경찰 수사 과정에서)영상물 녹화 등 절차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원씨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B양의 진술이 번복되고 있었던 점 등 당시 상황에 비춰봤을 때 검사의 판단이 명백하게 경험칙과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는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5월 10일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했을 때 검찰이 접수 취소 방법으로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 역시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판결을 지켜 본박씨는 “정의로운 판결을 원했는데…. 역시”라고 말하며 재판장을 나갔다. 박씨는 “재판부가 딸 사건을 배제한 채 B양 사건만 놓고 구속 영장 발부 적절성을 따진 것 같다”며 “최초 신고했을 때 신속하게 수사했더라면 딸이 세상을 등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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