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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페미니스트 자처한 박원순 '성추행 피소' 중압감에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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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평등 아카이브 기증자료 살피는 박원순 시장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기 전에 전직 비서가 오랜 기간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민은 물론 누리꾼들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박 시장이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여러 성폭력 사건을 맡아 피해자를 변호해왔고,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며 줄곧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해 왔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아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를 끌어내 인권변호사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 범죄임을 인식시킨 국내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입니다.

1993년 소송 제기 후 약 6년 만에 피해 여성의 승소로 일단락됐습니다.

박 시장은 이 사건의 공동 변호인단 중 한 명으로 소송을 주도했습니다.

그 공로로 19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앞서 1980년대에는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고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 부천경찰서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변호인단에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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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서울대 성희롱사건승소축하연에 참석한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맨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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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취임 후에는 서울시의 성평등 정책, 여성 정책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모든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목표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2012년 '여성의 날'을 맞아서는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을 발표하고 "서울 여성들이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권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시의 모든 예산에 성인지적 관점 반영, 성평등 관련 조례 제정, 여성건강지원센터 설치, 범죄예방환경설계 도입, 싱글 여성을 위한 안심주택 보급 정책 등도 내놨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성평등 문제 등에 관해 시장을 보좌하는 특별 직위로 '젠더특보'를 시장실 직속으로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박 시장은 작년 2월 '서울시 여성 리더 신년회'에 참석해 "많은 여성이 저항 주체로서 독립운동(3·1운동)에 참여했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됐다"며 "그 정신은 1987년 민주화 운동, 2016∼2017년 촛불집회,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미투 운동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018년 6월 3선에 성공한 뒤 인터뷰에서는 '여성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강해진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도 감히 페미니스트라 자처한다. 성 평등을 위해 늘 고민하고 나름대로 노력해왔다"고 답했습니다.

이 때문에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자신의 일생이 부정될 수 있다는 중압감이 박 시장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권태훈 기자(rhors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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