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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제왕적 권력'이 낳은 잇단 미투…당원 "앞으로 지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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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오거돈 이은 박원순까지…성인지 감수성 지적도

이해찬, 의혹제기 "예의없다" 격앙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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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정윤미 기자 = 10일 사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가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잇따르는 스캔들에 대해 성찰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당 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미투 운동의 기폭제로 작용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부터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 시장까지, 전문가들은 지자체장들이 절대적인 인사권을 쥔 제왕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관련 사건을 대처하는 민주당의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특정 사람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며 "지자체장들이 언론이나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으면서 지역에서 제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집단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감시 또는 자정 기능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박 시장의 경우에도 결국 거대한 권력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인사권자의 가해를 인지해도 지적을 할 수 없는 내부 구조, 권력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또 다른 권력자들이 지자체장의 성인지 감수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특히 박 시장이나 안 전 지사 같은 유력 대권 주자의 경우 온갖 권력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감히' 폭로하리라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한 김지은씨도 저서 '김지은입니다'에서 안 전 지사의 위력에 대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고 미래 권력이었다"며 "사회 곳곳과 관계 맺어 생물처럼 다각도로 뻗어 나가는 살아 움직이는 거대 조직, 그 자체가 안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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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의혹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폭로 이후 바로 출당 및 제명 조치를 취했던 민주당이었지만, 박 시장의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한 기자 질문에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한 기자가 성추행 의혹을 질문하자 "그건 예의가 아니"라며 "최소한의 가릴게 있다"고 분노한 뒤 해당 질문을 한 기자를 노려보며 "XX 자식들 같으니라고"라고 쏘아붙였다.

물론 박 시장이 안 전 지사와 달리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 아직 장례식이 진행되는 중이고, 성추행 고소도 사망과 동시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료됐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의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침묵보다는 공당으로서 이성적인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민전 교수는 "민주당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며 "이 정도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면 민주당의 공천이 잘못됐거나 정치문화가 잘못되는 등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당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당원은 "제가 민주당과 공감해왔던 가치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지해왔던 정신들을 제 안에서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며 "여성당원으로서 앞으로 민주당을 어떻게 지지해야 하나"라고 적었다.

다른 당원은 "민주당은 당명을 더럽히지 말고 추모글을 내리라"며 "피해자가 실존하는 와중에 가해자를 추모한다는 것 자체로 피해자를 압박하고 눈치 주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의혹을 여야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상평 평론가는 "도덕성이나 성추행 문제를 이념의 잣대로 바라봐선 안 된다"며 "우리 사회에 성인지 감수성이 전반적으로 빈곤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rendipit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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