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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부동산 임대 & 대출 '연체 폭증'
정부가 또 한 번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22번째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이다. 부동산 취득세를 올리고 대출을 막아 진입로를 차단하고, 보유세와 양도세를 올려 부동산 투기를 통한 차익 실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되살아난 부동산 불패 신화는 사상 최저 금리라는 날개를 달고 활활 타오르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억제하면 신용대출로, 은행 등 제1금융권의 대출을 억제하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로 갈아탄다. 개인 대출을 억제하면 법인 대출로 갈아타고, 양도세를 올리면 각종 절세 수단을 동원한다. S, V, L, G, GH, GR, O형 등 집요하게 모습을 바꿔가며 사람을 공격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한 번 퍼진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국내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아오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 부동산 시장은 패닉 상태다. 임대료나 모기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대출금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27일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담보증권의 연체율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년~2009년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로 단독 상가의 4분의 1, 쇼핑몰 입주자의 절반, 그리고 레스토랑의 60%가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모기지 담보증권 연체율, 이코노미스트 |
주택 부문에서도 임대료와 모기지 대출 연체가 심각하다. 미국 주택 관련 정보제공업체 아파트먼트리스트닷컴이 4천 명의 세입자와 주택보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임차료나 모기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한 사람이 32%에 달했다. 모기지 대출금이나 임대료를 전혀 내지 못한 사람은 19%, 일부만 낸 사람은 13%로 나타났다. 연체자 비율은 지난 4월 24%, 5월 31%, 6월 30%에 이어 4개월 연속 30%대를 기록했다.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제때 임차료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부동산 대출과 임대료 연체자 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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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이나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아파트먼트리스트닷컴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17%가 집에서 쫓겨나거나 집을 압류당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층이나 저소득층,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연체율이 높게 나타났고, 그만큼 주거생활에 대한 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자들이 급증하면서 미국 의회는 오는 7월 24일까지 주택 관련 대출금과 임차료 상환을 유예해 주도록 했다. 각 주마다 압류나 퇴거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7월 들어 미국 대부분 주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됐지만, 코로나19 감염은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활동에 다시 제동을 거는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압류나 퇴거를 걱정하는 세입자 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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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CNBC 방송은 센서스의 조사 결과 38%의 세입자만이 7월 임차료를 낼 자신이 있다고 응답했다면서 오는 9월이 되면 세입자 다섯 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하는 2천3백만 명이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주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강제퇴거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 퇴거 위험에 빠진 세입자 규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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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노미스트, "상업용 부동산 전성시대는 끝났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년 동안 계속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바람이 코로나19로 구조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선 장기 국채금리가 연 6%에서 1%대로 떨어지면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상업용 투자 붐이 일어났다. 기관투자가들의 부동산 투자 비중은 지난 2000년 5%에서 지금은 10%로 증가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입한 자금은 11조 달러에 이른다. 상업용 부동산은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가격도 오르면서 연 7%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상업용 부동산이 이처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실업 사태로 임대료나 모기지 대출의 연체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코로나19가 극복된다 해도 도심의 부동산은 예전 같은 호황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음을 확인한 기업들은 임대료가 비싼 도심 사무실을 줄이고 원격 사무처리를 늘리고 있다. 근로자들도 도심을 떠나 좀 더 쾌적하고 집값이 싼 도시 외곽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다.
전자 상거래의 발달로 물류창고 수요는 늘고 있지만, 비즈니스 출장이 줄면서 도심 호텔의 고객은 줄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따라서 도심 호텔은 아파트로, 쇼핑몰은 전자상거래 센터로 재탄생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미국 주택가격 전망, 코어로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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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어로직, "내년 미국 주택가격 6.6% 하락할 것"
미국의 금융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코어로직은 지난 7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택 가격은 올여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내년 5월에는 연간 하락률이 6.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어로직은 특히 코로나 19에 따른 실업률 상승과 함께 관광산업 비중이 큰 대도시의 주택 가격 하락 폭이 클 것이라며, 내년 5월 라스베가스의 연간 집값 하락 폭은 20.1%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타격이 적은 샌디에고는 경우 앞으로 1년간 하락 폭이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어로직은 역사적인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반면 공급은 줄어들면서 5월까지는 주택가격이 올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직자가 늘어나고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 6월부터 집값 하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 전역의 1백 개 대도시에 대한 주택시장 분석 결과 24%가 저평가된 반면 39%가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맞물려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누적 확진자가 320만 명에 육박하는 지구 반대편 먼 나라 미국의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전 세계 자본시장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자본의 이동에는 국경이 없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사회적 거리 두기, 전자상거래 확산, 원격근무 확산 등 글로벌 트렌드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 세계적인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열기구를 타고 치솟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너무 높이 올라왔나' 하고 뒤를 돌아보는 일은 없을지 한국의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도 현재의 상황을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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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기자(yc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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