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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tM]다주택자 잡으려다, 전세 세입자까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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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대책에 임대차 시장 혼란

등록임대사업 급작스런 개편에

156만 9000호 세입자 ‘날벼락’

전세가격 상승세…불안감 가중

헤럴드경제

정부가 지난 10일 내놓은 22번째 부동산 정책은 “거주할 집이 아니면 팔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3년 전만 해도 적극적으로 권하던 임대사업자등록 관련 규정을 단번에 뒤집었다. 다주택자의 절세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갑자기 바뀐 태도에 시장에선 ‘정책 일관성’을 지적하고, ‘퇴로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임대차 시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전셋값 상승세에 불안하던 세입자도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권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죄인 취급”하며 징벌적 과세=7·10 대책에선 최소 의무기간(4년, 8년)이 끝나면 기존 임대주택 등록을 자동 말소하기로 했다. 말소 전까지는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혜택을 유지한다.

문제는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임대 기간 5년을 유지해야 하는데, 4년 단기임대 등록 사업자의 경우 1년이 빈다는 것이다. 자동 말소로 이들은 모두 다주택자 중과 적용을 받아 추징 세금을 뱉어내게 됐다.

올해 1분기 현재, 전국 누적 등록 임대사업자는 51만1000명으로 등록 임대주택은 156만9000호이다. 이 가운데 2017년 8·2 대책 후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이 늘자, 임대주택 등록 후 비과세 조건으로 거주 주택을 매도했는데 관련 요건을 채우지 못한 채 말소된 경우는 세금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현 정부가 임대사업자등록을 적극 권장했는데, 이제와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그동안 서민 주거 공급 확대 차원에서 민간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지만, 다주택자가 절세 목적으로 이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정책 방향을 뒤집고 있다”면서 “갑자기 정책 방향을 바꾸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종료 임대사업자에게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기간 남았더라도 임대사업 종료하면 계약 무효, 세입자도 날벼락=임대사업자만이 손실을 안는 건 아니다. 등록 임대에 장기거주하는 세입자도, 갑자기 집주인이 바뀌어 일반 임대가 되면 계약 갱신이 어렵다. 보증금도 뛸 수 있다.

8년 장기임대 임대사업자들도 이번에 그냥 말소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친다. 분당에 거주하는 임대사업자 A씨는 “점점 세금이 복잡해지니 자진 말소 후 매매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집주인은 앞선 계약에 대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올려 새 계약서를 쓸 수 있다.

전셋값 상승 추세가 이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세입자는 불안하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월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올해 6월까지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올랐다. 이 기간 4억6210만원에서 지난달 4억9148만원으로 5억원 턱밑까지 올랐다.

정부는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작용을 축소해석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다르다. 특히 정부가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구입)를 근절하면서 현금 자산가들만 다주택 시장에 남게 되면, 전세 계약 형태의 임대차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무이자 대출과 유사한 전세보증금이 현금 부자에겐 필요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월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매입시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고 있고 대출 없이 매매가 어려워진 이들이 전세 수요에 합류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현재 9000호인 3기 신도시 사전분양 물량을 약 3만호 이상 추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청약에 당첨되려면 입주 때까지 기존 주택을 매입하지 않고 전세를 살아야 해 수도권 전세 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전세시장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7·10 대책에는 전세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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