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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2차 가해·망자 조롱·가해자 미화…박원순 사망 후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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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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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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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

올해 초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붙잡힌 뒤 제기된 지적이었다. 조주빈을 '평범한 학생', '건실한 청년'으로 평가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여성계를 시작으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고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성범죄 가해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씩 달라진 결과였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앞에서 한국 사회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 피고소인에 여당 대표 "부끄러움 많았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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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사진=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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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기간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서울시장이자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그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충격적 사실만큼 남은 사람들의 혼란도 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영결식에서 "인권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걸은 길과 해낸 일이 너무나 크다"며 "그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했다.

한 언론은 박 시장 사망 직후인 10일 박 시장을 '한국 시민운동의 산 증인'으로 평가했다. 또 박 시장이 한국 최초로 성희롱을 법정에서 다룬 서울대 성희롱 사건을 맡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쌓은 영광과 상처를 뒤로한 채 홀로 세상을 등졌다'고 보도했다.

가해자에게 마이크를 쥐여주지 말라던 정치권과 언론은 박 시장의 사망 앞에선 태도가 달랐다.


사람 따라 달라지는 피해자 중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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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제작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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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성 인권을 강조하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던 민주당 인사들도 2차 가해에 앞장서기는 마찬가지였다. 진성준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가해자라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고, 박범계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해 "맑은 분"이라고 했다.

친정부 성향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사람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박원순을 빼고 한국 현대 여성사를 다시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써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운동계 출신으로 정치권에 합류한 남인순, 정춘숙, 진선미 의원 등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추모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국회 여성 노동자들로 이뤄진 '국회페미'는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수사가 종결된 정황을 이용해 피해자를 모욕하고 고통을 주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행태를 놓고 그동안 성범죄 사건 처리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친소 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옛날 성누리당 지지자들이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되고 옛날 민주당은 그새 더듬어만지당으로 변신해 그짓을 변호한다"고 밝혔다.


죽음을 정치공세 소재로 삼는 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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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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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그의 죽음을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시장의 5일장이 진행 중이던 11일 박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다시 한번 제기했다. 박 시장의 죽음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을 끌고 들어온 것이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성추행 사건의 고소인을 찾아내기 위해 '신상털기'에 나섰고,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장소를 찾아 그의 죽음을 조롱하는 유튜버도 있었다. 박 시장의 죽음이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되면서 갈수록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보통 고인이나 유족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갈등이 심해지다 보니 극단적인 행동까지 보이는 것 같다"며 "공인을 상대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적절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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