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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현대판 '예송논쟁'이자 코미디" 박원순·백선엽 논란에 답답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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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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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고(故) 백선엽 장군 분향소. /사진=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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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는 정확히 가려야"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고(故) 박원순 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분향소.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도 각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서로 걸어서 5분도 안 걸리지만 각기 다른 곳을 찾은 시민들 간 마음의 거리는 멀었다. 인권변호사와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공로, 성추행과 친일 논란이라는 과오 등 두 고인에 대한 평가가 갈렸다.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과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분열이 드러난 가운데 시민들은 서로 "공과를 가려라"고 입을 모았다.


박원순·백선엽 두고 갈리는 평가



이날 두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두 고인에 대해 상반되는 평가를 내렸다.

백 장군 분향소에서 만난 백운철(79)씨는 "한국전쟁 당시 10살이었고, 전쟁을 생각하면 백 장군의 과실보다 공이 더 커보인다"면서 "북한군의 남하를 막아 공산화를 막은 데 크게 기여한 잊어서는 안 될 전쟁 영웅"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면 박 시장에 대해서는 "여성 인권을 옹호하며 유명해졌는데 성추행 등 모순적인 마지막 모습을 보인 것에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의 명복을 빌은 박명희(52)씨는 반대로 백 장군을 박하게 평가했다. 그는 "백씨는 적극적으로 친일에 가담했으며 사회적 사과 없이 뻔뻔하게 살았다"며 "그의 현충원 안장, 분향소 설치, 육군장 등을 모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3번하며 시민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면서 "멀리 갈 것도 없이 따릉이만해도 일상에 큰 도움이 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하셨던 분이고, 현재 도를 넘은 그에 대한 비판은 애도의 기간이 끝난 다음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떳떳하지 않다" vs. "아직 의혹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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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고(故) 박원순 시장 분향소에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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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바깥에서도 두 고인의 장례 절차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이던 박 시장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총 2만여명이 서울시청 앞 분향소를 찾았고, 100만여명이 온라인 분향소에 헌화했다.

그러나 그가 전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떳떳한 죽음이 아니다'며 그의 5일장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에 56만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10일 한국 전쟁의 영웅 백 장군이 숨지면서 친일 행적이 있던 그의 현충원 안장 여부 논란이 확산됐다.

익명을 요구한 취업준비생 A씨(30)는 "박 시장의 죽음이 떳떳하지는 않지만 아직 의혹 단계"라면서 "장기간 시장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환영 받았으니 법적으로 저촉되는 게 없다면 시민장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직장인 최모씨(31)씨는 "박 시장이 과거 작성한 유언에 검소하게 해달라고 적혀 있었다"면서 "떳떳하게 죽은것도 아닌데 유언에 따르지도 않고 장례를 크게 치르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대판 예송논쟁?…"둘 다 반대" 입장도


둘 다 철저하게 공과를 가려야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직장인 김은혜(28)씨는 "박 시장과 백 장군 모두 공로와 과실이 하나씩 있다"면서 "공만 부각하고 잘못은 숨겨서 안 되기에 시민장과 현충원 안장 둘 다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논란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민도 있었다. 하모(31)씨는 "사실상 현대판 예송논쟁이자 코미디"라면서 "5일장이나 현충원 안장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라"고 비판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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