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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논란 남기고 빗속에 떠난 박원순…“평가는 애도의 시간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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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서 온라인 영결식 시청… 지지자들 마지막 길 지켜

세계일보

박원순 서울시장의 위패와 영정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엄수된 영결식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제원 기자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다가 사회적·정치적으로 큰 논란을 남긴 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영면에 들었다.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5일째인 이날 서울시청에서 유족과 시·도지사, 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비공개로 엄수됐다.

영결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참석자 수를 제한하는 대신 서울시와 tbs(교통방송)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박 시장의 위패와 영정이 오전 8시쯤 영결식장인 서울시 청사 8층 다목적홀에 등장하자 유족 등 일부 참석자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유족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오빠야 왜 돌아가셨냐. 오빠야”라고 통곡하기도 했다. 공동장례위원장이자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 장소(다목적홀)야말로 소통을 최고 가치로 여기셨던 고인께서 시민들과 만났던 곳”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곳에서 서울시민회의, 자치분권 시민대토론회, 시민참여예산 총회 등 시민 관련 행사를 열고 직접 주재했다.

영결식은 고인의 부인 강난희씨와 딸 다인씨, 아들 주신씨가 입장한 직후인 오전 8시30분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개식선언으로 시작됐다.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사에서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박원순이라는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의 역사적 행적에 대한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위원장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박 시장은 참으로 열정적인 사람”이라며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애도했다. 서정협 권한대행은 ‘사람 존중 도시’라는 고인의 꿈을 흔들림 없이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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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13일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영결식을 지켜보고 있다. 하상윤 기자


딸 다인씨는 유가족 인사에서 “아버지는 시민의 이름으로, 시민의 힘으로 서울시장이 됐다”며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은 더 이상 없다. 그 자리에 시민 여러분이 계신다. 여러분들이 바로 서울시장”이라고 흐느꼈다. 이어 “서울시민이 꿈꾸던 행복한 서울, 안전한 서울, 이제 여러분이 시장으로서 지켜주시기 바란다”며 “다시 시민이 시장입니다”고 인사를 마쳤다.

비슷한 시각 서울광장에 모인 박 시장 지지자 200여명은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영결식 생방송을 시청했다.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엄수된 장례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일부 지지자는 “시장님, 나쁜 놈들 없는 데로 가세요”, “자기들은 흠결이 훨씬 많으면서”라고 외치기도 했다. “나도 지지자이지만 (박 시장이) 성추행한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한 남성은 주변 항의에 쫓겨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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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정을 든 유족들이 13일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영결식 후 박 시장 시신은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으로 옮겨졌다. 서울시 전 부시장을 지낸 민주당 윤준병 의원 등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사들이 관을 운구했다. 유족과 고인이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공간인 고별실에서 부인 강씨가 오전 10시57분쯤 부축을 받으며 나온 뒤 문이 닫혔고 화장 절차가 시작됐다. 일부 지지자는 “이럴 수가 있느냐”, “말도 안 된다”고 울부짖었다.

화장을 마친 박 시장 유해는 이날 오후 5시30분쯤 생가와 선영이 있는 경남 창녕군 장마면에 도착했다. 유족과 함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민주당 박홍근·기동민 의원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해는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생가 인근에 있는 부모 합장묘 옆에 자연장 형태로 안치됐다. 유족들은 조만간 이곳에 비석을 세울 예정이다.

송민섭·김유나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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