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14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의 경찰 조사가 새벽에 끝났는데, 그날 밤 박 시장이 사망했다며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 이사는 “피고소인 신분을 가진 박 시장에게 고소인이 고소한 내용과 그런 사실이 전달됐느냐, 전달됐다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느냐는 부분에서 통상적인 형사 절차로는 고소인의 고소 내용이 그대로 피고소인 측에 전달되는 경우는 없다”며 “있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소인의 입장에선 고소장을 접수하고 조사를 10시간 가까이 한 것 같다. 그리고 사실상 그날 밤에 박 시장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고소인 입장에선 빠르게 피고소인 측에 전달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소인 측이 유력한 상대방이라든지, 저명한 공인이라든지, 이런 경우엔 고소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내가 고소하는 사실이 이 사람한테 어떤 경로를 통해서 가는 거 아닐까. 고소의 내용이라든지, 증거자료 하나하나 내는 게 사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은 전날 A씨 측 기자회견에서도 나왔다.
A씨 측은 현직 서울시장을 가해자로 지목한 만큼 극도의 보안 유지를 당부했지만 고소장을 접수한 당일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나온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지난 10일 SBS가 보도한 CCTV 영상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서 인근 길을 지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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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경찰은 “서울시나 박 시장에게 알린 적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중요 사안인 만큼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고, 서울시는 “피소 사실을 아예 몰랐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급작스럽게 극단적 선택을 한 만큼 피소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개연성이 짙어진 상황에서, 관계 기관들 모두 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수사나 진상조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하기 위한 개입이 있었나 하는 부분을 조사하기 위해서 특별검사를 임명하거나 국정조사를 하는 형태로 진실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성일종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정부가 알아서 이것을 제대로, 명명백백히 조사해주면 좋겠다. 그게 안 된다면 국회의 상임위라든지 아니면 특별한 위원회를 만든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오는 20일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을 구체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고소인 A씨는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경찰에서 진술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청은 고소장을 접수한 지 얼마 안 돼 경찰청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경찰청은 8일 저녁 박 시장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박 시장이 언제 피소 사실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박 시장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9일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출입기자단에 공지한 시각은 같은 날 오전 10시 40분이고, 박 시장이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된 것은 같은 날 오전 10시 44분이다. 박 시장의 딸은 같은 날 오후 5시 17분 경찰에 부친의 실종신고를 했고, 박 시장은 10일 오전 0시 1분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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