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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피해자 조롱 여검사, 이번엔 박원순을 그리스 비극 주인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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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이는 가운데, 이번엔 박 전 시장을 모함을 당해 죽음을 당했다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으로 묘사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해당 검사를 감찰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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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진혜원 검사(가운데)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자신이 성추행했다며 박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모습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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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진혜원(45) 검사는 박 시장의 성추행 피해 여성 측이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권력형 성범죄] 자수합니다. 몇 년 전 (그때 권력기관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 같다) 종로에 있는 갤러리에 갔다가 평소 존경하던 분을 발견했다”며 “냅다 달려가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을 추행했다”고 썼었다. 여성인 본인이 박 시장의 팔짱을 낌으로써 강제 추행했다는 취지다.

진 검사는 “증거도 제출한다.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며 “권력형 다중 성범죄”라고도 했었다. 진 검사는 스스로 질의응답을 올리고 “팔짱 끼는 것도 추행이에요?”라는 질문에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추행이라니까! 젠더 감수성 침해!”라고 답했다.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피해 여성 측을 조롱하는 취지다.

이 글을 두고 명백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 검사는 피해자를 조롱하는 2차 가해를 했다”며 “더 이상의 폭언을 막기 위해 고소나 고발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지휘권 행사를 좋아하는 추 장관은 성추행 피해 여성을 조롱한 진혜원 검사를 감찰하라는 지휘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5일 대검찰청에 진 검사에 대한 징계 심의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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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검사가 15일 새벽 올린 페이스북 글.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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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진 검사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그리스 비극 ‘히폴리토스’를 언급했다. 그리스 영웅 테세우스의 아들인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사랑한 파이드라에게 모함을 당해 아버지에 쫓겨나 죽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히폴리토스에게 강간당한 치욕을 못견디겠다”는 거짓 유서를 쓰고 자살해한다며 “BC(기원전) 428년에 쓰인 희곡인데, 시공을 초월해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주는 처연한 작품”이라고 했다. 진 검사는 이어 “사실 관계는 프레임을 짜고 물량공세를 동원한 전격전으로 달려든다고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논리로 증거를 분석하는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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