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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그날 朴 독대한 비서실장 "성추행 알고 고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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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 비서실장 "다른 경로로 사건 알았다"

"사건 인지와 피소 인지는 다른 것"주장

중앙일보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관련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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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최측근 인물 중 하나인 고한석 전 비서실장은 16일 "성추행 고소장 접수 여부를 인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 전 실장은 박 전 시장 사망 당일 '마지막 독대, 마지막 통화'를 나누는 등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성추행 및 수사정보유출 의혹을 풀 '키맨'으로 꼽히는 서울시 핵심 인사다.

고 전 실장은 16일 중앙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다른 경로로 사건을 인지한 것이지 고소장 접수 여부를 인지한 적은 없다"고 알려왔다. 성추행 사건을 인지한 '다른 경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고 전 실장은 청와대로부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전해들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도 부인했다.

고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이 실종된 지난 9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을 찾아 박 전 시장과 1시간가량 독대를 했다. 이에 앞서 9일 오전 6시 반부터 7시 사이에는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로부터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독대에서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임 등 시장 거취와 관련된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실장은 중앙일보에 자신이 공관을 방문한 일이 성추행 등 이른바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눈 사실은 인정했다. 독대를 마친 고 전 실장은 오전 10시 10분께 공관을 나서는 모습이 근처 주민 CCTV(폐쇄회로TV)에 찍혔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인 지난 8일 오후 3시께 업무를 보던 박 전 시장을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임 특보는 "주변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관해 물어보라고 해 박 전 시장을 찾아 뵙고 '무슨 일 있으시냐'고 물었다"고 했다. 임 특보는 다시 오후 9시 반께 다른 법률 담당 비서관 등 다른 직원 2명과 함께 성추행 건 등과 관련된 '현안 회의'를 가졌다.

이와 관련해 고 전 실장은 "제가 '피소' 사실을 보고받거나 보고드린 적은 없다"고 했다. 또 경찰을 통해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했다는 미래통합당 의원 주장에 대해서도 "통합당의 주장은 100% 소설이다"고 부인했다. 고 전 실장은 "사건 인지와 피소 인지는 다른 것"이라고 구분했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을 인지했을 뿐, 피해직원이 박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내려 하거나, 냈다는 사실을 자신은 알지 못했다는 뜻이다.

고 전 실장이 9일 오전 박 전 시장과 성추행 건과 관련해 이례적인 긴급 독대를 가진 상황임에도 "고소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경찰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 A씨는 8일 오후 4시 30분에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냈고, 이튿날인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1차 조사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A씨 심야 조사가 끝난 이후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과 함께 경찰 조사 상황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는 여전히 "피소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언론 보도 이후"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고 전 실장 말이 사실일 것"이라며 "(야당 주장처럼 청와대나 경찰에서 피소 정보를 받았다면) 고 전 실장이 공관에서 그냥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을 공관에 홀로 두지 않고 밀착 보호를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고 전 실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한 것이 아닌 게 분명하다"고 했다. 공관에서의 마지막 독대를 두고는 "대략적인 사건 인지 후 확인 과정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실장은 또 A씨의 고소 직후 자신이 A씨 변호사에 연락을 시도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변호사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한 매체는 피해자 A씨 고소 사건을 맡은 김재련 변호사가 "고소 이후 서울시 정무라인 소속 한 실장이 내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의 정무라인에 '실장'으로 불릴 만한 사람은 고 전 실장이 유일한데, 이를 부인한 것이다.

고 전 실장은 9일 오후 1시 39분 시장과 약 5분간 나눈 '마지막 통화'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박 전 시장 측근들에게도 통화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은 "산에 갔다가 12시에 공관으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오전 10시 44분 공관을 나섰고, 오후 1시 39분 고 전 실장과 나눈 통화가 마지막이 됐다.

고 전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으로 일했다. 박 전 시장이 제안한 비서실장 자리를 세 번이나 고사하다 올 4월 '박원순 사단'에 합류했다.

김현예·윤상언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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