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합의로 결정된 경우는 금융위기 때 2차례뿐
2010년 이후 전원 표결 참여한 사례는 2차례뿐
사회적 수용성 떨어진다는 지적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의 1.5% 인상안 제시에 집단 퇴장을 선언한 뒤 청사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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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노사 간 격렬한 갈등은 올해도 반복됐다. 노사가 상습적으로 심의 과정에 퇴장하면서 최저임금의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노사공익 합의로 최저임금액이 결정된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7년, 2008년 단 2차례 뿐이다.
그 밖에 경우는 모두 표결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하지만 심의 또는 표결 과정에서 노사가 논의 흐름에 반발, 퇴장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규정상 두 차례 퇴장을 하면 부재 중에도 표결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최저임금위원 전원이 최저임금안 표결에 참여한 사례는 2017, 2019년 두차례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 경영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안 부결된 것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고, 이후부터 전원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표결에도 불참해 노동계와 공익위원들이 인상률을 의결했다.
지난해 심의에서는 노사정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근로자 안과 사용자 안을 표결에 부쳐 사용자 안(2.87% 인상)이 채택됐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가운데)과 소속 위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제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 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 요구 등과 관련해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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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 때문에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적정 수준의 인상률을 정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싸움은 반복됐다. 민주노총은 불참하고, 한국노총은 공익위원 중재안에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정부 추천을 받은 전문가인 공익위원들이 낸 안(1.5% 인상)으로 표결에 부쳐져 찬성 9표, 반대 7표로 채택됐다.
역대 최저임금 의결 방식을 보면 노사 양측의 안을 표결에 부치는 방식은 지난해와 같이 노·사·공익위원이 전원 참석한 경우 주로 사용됐다. 노사 양측이 힘의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세 대결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반면 올해처럼 일부 위원의 불참으로 노사 간 힘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는 공익위원들이 별도의 안을 내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심의를 공익위원들이 주도하는 만큼, 표결을 어떻게 하든 공익위원 안이 곧 최종 결론이 된다고 봐야 한다.
공익위원들은 별도의 안을 내지 않더라도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제시하고 노사 양측이 그 범위 안에서 각각 수정안을 내도록 하는 등 중재를 통해 최저임금이 적정 수준에서 의결되도록 유도한다.
정부도 올초 이러한 사례를 언급하며 "최저임금 결정시 이해관철을 위해 심의과정에서 노사 불참사례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수용성이 저하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저임금이 의결되면 제동을 걸 방법도 없었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이후 노사로부터 총 23차례의 이의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아직 단 한번도 재심의를 요청한 적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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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꺼내들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심의구간을 정하고, 결정위원회에선 노사와 공익위원이 최종적인 최저임금액을 결정하는 구조였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 노동생산성 등 객관적인 지표를 결정기준에 추가하기도 했다.
결정체계 개편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세부 내용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대다수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결정방식은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후로 약 30년 동안 한번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국 결정체계 개편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염불에 불과한 대안이 된 셈이다. 심지어는 국회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했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지난해 3월 이후 안건으로 삼지도 않았다.
이대로 지난 5월 20대 국회가 종료됐고, 결정체계 개편 논의는 수면 속으로 묻혔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도 기존 결정구조 내서 진행됐다. 입장 차가 큰 노사는 또 다시 인상률을 두고 갈등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결정체계 개편에 대해선 뾰족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분위기로선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은 최저임금위 사무국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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