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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입국 제한과 금지

[특파원시선] 호기롭게 '입국금지' 칼날 휘두른 미국…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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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입국금지·국경봉쇄 기세…지금은 해외서 빗장 걸며 외면

트럼프 "장벽 덕 해외 유입차단"…속으로 웃는 캐나다·멕시코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장벽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멕시코의 심하게 감염된 지역에서 사람이 오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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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유입 막았다고 주장하는 멕시코 국경 장벽
[AFP=연합뉴스]



멕시코 국경지대에 건설한 장벽 덕에 불법 이민행렬이 줄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았다는 주장이었다.

5개월 전이라면 이 말이 맞았을지 모른다. 미국은 2월 말까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청정지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못하다고 경시하고, 보건당국자의 미국 내 확산 우려 언급때문에 주가가 내려갔다며 불같이 화 내던 시기였다.

그때만 해도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남의 일인 양 떵떵거렸다. 2월 2일부터 중국인 입국 금지라는 극단적 처방 후 각국은 미국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애를 태웠다.

날마다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브리핑 때 혹시나 '코리아'(Korea)라는 말이 튀어나올까 봐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는 한국과 이탈리아가 환자 급증으로 조치 대상 1순위로 거론됐고 미국도 추가 행동이 있을 것 같은 뉘앙스를 계속 풍기던 때였다.

그랬던 미국이 이제 세계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전 세계 감염자와 사망자의 4분의 1이 미국에서 나왔다. 한때 잡히나 싶던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는 바람에 이미 손쓸 시기가 지났고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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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잇는 도로의 텅 빈 모습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인해 미국은 모든 나라가 기피하는 1순위 국가가 됐다. 외국을 향해 호기롭게 문을 닫던 기세는 어디로 가고 이제 다른 나라가 자신을 향해 걸어놓은 봉쇄의 문을 언제 열지 기다리는 형편이다.

일례로 미국은 3월 11일 유럽의 반대에도 이들 국민의 입국을 금지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일부터 제3국 시민의 입국을 다시 허용하면서도 미국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놓고 그토록 공격한 중국은 수혜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3월 21일 접경 국가인 북부의 캐나다, 남부의 멕시코와도 국경을 닫았다. 말이 3국 합의였지, 두 나라로부터 바이러스 유입을 막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더 많이 반영된 조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달 예정으로 시작한 이 국경 폐쇄조치는 계속 연장되고 있고, 지금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오히려 안도하며 속으로 웃는 듯한 양상이다.

최근 인구 대비 미국의 신규 감염 비율은 멕시코보다 4배 높고, 캐나다보다는 무려 20배 가까이 더 높다. 캐나다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캐나다인 89%가 국경 폐쇄를 더 오래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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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장사진 이룬 LA 코로나19 진료소 주변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소 주변에 15일(현지시간) 검사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jsmoon@yna.co.kr



국경 장벽과 봉쇄 덕분에 코로나19 유입을 막았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캐나다나 멕시코가 미국에 해야 할 입장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미국은 멕시코가 아니라 코로나19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다"며 " 비꼬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캐나다와 봉쇄를 풀라고 요구하는 미국 의원들이 있지만, 캐나다인들은 '미안하지만 사양하겠어'라고 말한다"고 역전된 상황을 꼬집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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