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M&A 계약 사실상 무산된 모양새
자력회생 힘들면 파산수순
받지못한 항공권 취소대금 손실처리 해야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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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계약이 사실상 파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카드사들이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항공권 취소대금을 손실처리 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카드사들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항공권 취소대금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0일 항공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과의 M&A 계약이 사실상 파기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계약 해제 조건을 충족했다며 최종 '노딜' 선언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M&A가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은 자력으로 회복이 불가능해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 관리에 돌입하면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이 파산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카드사들도 돌려받지 못한 항공권 취소대금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에 놓였다. 이스타항공이 카드사에 돌려줘야 할 대금은 10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카드사별로 적게는 5억원, 많게는 20억~30억원 수준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M&A 이후 항공권 취소대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카드사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하늘길이 아예 막히면서 항공사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9일 국제선 전 노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달24일 국내선 운항도 중단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220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항공권 결제는 카드사가 해당 금액을 항공사에 선 지급하고 나중에 구입고객으로부터 매월 정산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돌려받는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권 취소가 빗발치면서 카드사가 환급금을 고객에게 먼저 돌려줬다. 지난 3월에는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던 항공사들이 카드사에 항공권 취소대금 지불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코로나19가 확산했던 3, 4월 이후 카드사에 미납했던 항공사 취소 대금을 돌려줬다.
카드사들은 이스타항공 항공권 취소대금과 관련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M&A 결과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이스타항공에 대금독촉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최악의 경우 미수금을 대손상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전체 항공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항공권 취소대금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카드결제 감소 등 2분기부터 코로나19 여파가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미수금이 늘어나는 것을 반길 회사는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카드업계도 코로나19여파로 2분기부터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비위축, 소상공인을 위한 이자상환 유예 등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올해 2~5월 신용·체크카드 등 지급카드 이용 실적이 전년대비 2.1% 가량 줄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네번째 감소다. 신용카드(-3.8%)와 체크카드(-0.1%) 모두 감소했고, 선불카드를 제외했을 때 지급카드 이용실적은 -3.0%를 기록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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