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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홍수 왜 이렇게 심해졌나…"지구온난화·토지매립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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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폭우 빈도·강도' 높아져…매립으로 홍수 막을 담수호 면적은 급감

中 현대사 네 번째 '대홍수'…전문가들 "기후변화 고려한 개발계획 짜야"

연합뉴스

홍수 지역에서 고무보트 타고 피신하는 중국인
(롱슈이 신화=연합뉴스) 중국에서 한 달 넘게 폭우가 계속되는 가운데 홍수가 발생한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롱슈이 먀오족자치현에서 지난 11일 한 주민이 고무보트를 타고 물에 잠긴 차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leekm@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우로 중국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 사태가 지구온난화와 무분별한 토지매립으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올해 홍수는 중국 현대사에서 네 번째 '대홍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대홍수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댐이나 홍수 통제 시설에만 의존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기후변화를 고려한 개발 계획을 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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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물에 잠긴 중국 포양호 주변 지역
(상라오 AFP=연합뉴스) 중국 최대의 담수호인 포양호에 인접한 장시성 상라오의 주거지역이 15일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jsmoon@yna.co.kr



◇ 지구온난화·무분별 간척, '대홍수' 가능성 키웠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남부 창장(長江·양쯔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폭우와 홍수로 인해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북서 태평양 상공의 아열대성 고기압과 창장 유역의 찬 공기가 만나 지속적인 폭우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 홍수가 유난히 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 이면에 있는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주범의 하나로 꼽힌다.

1961년부터 2018년까지 '극도로 심각한 강우' 즉 폭우의 발생 빈도가 계속 높아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이 60년 동안 연중 폭우가 내린 날은 10년에 3.9%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진 1990년대 중반부터는 폭우 발생 빈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기상학자 쑹롄춘은 "단일 기상이변이 기후변화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온난화는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홍수 예방에 큰 역할을 하는 담수호 주변의 무분별한 매립 작업에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토나 산업 용지를 넓히기 위해 담수호를 메워 토지로 만드는 작업이 중국 곳곳에서 일어난 결과, 폭우로 불어난 물을 수용할 수 있는 담수호의 저장 능력이 크게 낮아졌다는 얘기이다.

중국 최대 담수호인 장시(江西)성 포양호의 경우 1954년부터 1998년까지 호수 면적이 무려 4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질학자인 판샤오 교수는 "수십년간의 매립과 호수 주변 강의 댐 건설로 인해 포양호의 면적과 저수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장시성에 있는 또 다른 담수호인 퉈린호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방 정부의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매립 작업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댐과 홍수 통제 시설로 대홍수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기후변화를 고려한 성장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번 홍수로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인 싼샤(三峽) 댐의 수위가 최고 수위에서 고작 11m 남은 수준까지 치솟은 것은 댐 등으로 홍수를 막으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수문기후학자 피터 글릭은 "기후변화가 폭우와 홍수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다"며 "싼샤 댐과 같은 댐들이 미래에 발행할 최악의 홍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류쥔옌은 "이제 중국 당국은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러한 위험을 반영한 개발·건설 계획을 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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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조절 위해 방류하는 중국 싼샤댐
(이창 신화=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이창에 위치한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인 싼샤댐 수문에서 19일 대량의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남부 창장(長江·양쯔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달 넘게 폭우가 이어지면서 이날 싼샤댐의 수위가 최고 수위에서 고작 11m 남은 수준까지 치솟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leekm@yna.co.kr



◇ 올해 홍수, 중국 현대사에서 네 번째 대홍수

올해 발생한 홍수는 20세기 이후 중국 현대사에서 네 번째 대홍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홍수는 1931년 발생한 대홍수로, 침수 지역은 잉글랜드 전체와 스코틀랜드 절반을 합친 면적에 달했다. 당시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2천5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1954년에는 창장 유역에 대홍수가 일어나 3만 명 넘게 사망하고, 1천80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의 대홍수인 1998년 홍수 사태도 창장 유역에서 발생했으며, 3천 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했다. 수재민은 1천500만 명에 달했으며, 경제적 손실은 240억 달러(약 29조원)에 이르렀다.

중국 당국은 올해 홍수 피해가 1998년 대홍수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989년 대홍수가 창장 유역 전체에 피해를 불렀다면, 올해 홍수는 창장 중·하류 지역에 주로 영향을 미쳐 그 피해 규모가 더 작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홍수로 인해 중국 내 31개 성·자치구·직할시 중 피해를 본 곳은 이미 27곳에 달한다. 14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이재민 3천873만 명이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인해 433개 하천의 수위가 홍수 경계선을 넘어섰으며, 33개 하천이 사상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

올해 홍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860억 위안(약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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