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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성착취물 유통 사이트만 1천개 넘는데…예산·인력 없어 ‘상시 모니터링’ 70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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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삭제지원시스템 등록하려면

사이트마다 50만~100만원

고작 17명이 일일이 찾아내야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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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전체 사이트는 1천개가 넘는데, 현재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지원센터)가 사용하는 ‘성착취물 삭제지원시스템’에 등록돼 상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사이트는 70개에 불과하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탓인데, 디지털 성폭력을 근절하려면 반드시 이를 확충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센터는 ‘크롤링’(자동정보수집) 기술을 활용하는 삭제지원시스템에 성착취물 유통 사이트를 등록해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삭제 조처에 나선다. 박성혜 지원센터 팀장은 20일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는 사이트도 많아, 유포를 막으려면 신속성이 핵심”이라며 “현행 삭제지원시스템의 크롤링 대상을 넓혀 사이트를 추가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크롤링이 가능한 사이트를 추가로 등록하려면 사이트 1개당 50만~100만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박 팀장은 “사이트마다 구조적 특성이 다 달라 이를 시스템에 반영하려면 별도의 설계·개발 작업이 필요하다. 관련 인건비도 추가로 든다”고 설명했다. 처음 이 시스템을 구축할 때 4억7천만원이 투입됐는데, 이 정도 예산으로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지원센터 소속 모니터링 담당 직원 17명은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들어가 직접 보고 확인하는데, 이마저도 400여개에 그친다.

안정적인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시스템을 보완해 상시 모니터링·크롤링 대상 사이트가 늘어난다고 해도, 시스템이 수집한 영상 속 인물이 삭제를 요청한 피해자와 동일한지 확인하려면, 반드시 사람이 직접 보고 상담 내용 등을 근거로 검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에 50명을 확충할 수 있는 8억7500만원이 포함됐지만, 이는 4개월가량의 단기 인력에 불과하다.

디지털 성폭력에 특화된 상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성폭력방지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성폭력피해상담소를 직접 운영하거나, 그 밖의 주체가 신고한 뒤 이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성폭력은 가해자가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고, 피해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데다, 다크웹 등 기술적인 요소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라는 특성이 있어, 기존 상담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지역으로 갈수록 가정폭력이나 기존의 성폭력 상담에만 익숙한 활동가분들이 많다 보니 디지털 성폭력의 특수성이 반영된 법률지원 업무를 어려워한다”며 “지역의 여러 활동가들과 함께 정책, 지원체계, 현장 지원 방향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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