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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재벌 총수 최초' 현대차 남양硏 방문한 이재용, 정의선과 수소버스-자율주행차 함께 탔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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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1일 현대차그룹의 기술 메카인 남양연구소에서 두 달여 만에 또 만났다. 그간 남양연구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다녀갔지만 재계 총수가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현대차그룹을 방문한 기록도 남기게 됐다. 이날 두 총수는 오찬을 함께 하고 넥쏘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버스를 탄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비즈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조선DB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양사 주요 경영진은 이날 오전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회동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은 데 대한 이 부회장의 답방 차원에서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 외에 김기남 부회장, 삼성SDI 전영현 사장,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강인엽 사장, 삼성종합기술원 황성우 사장 등이 방문했으며 현대차 측에서는 정 수석부회장과 현대·기아차 상품담당 서보신 사장, 연구개발기획조정 담당 박동일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 경영진은 연구개발 현장을 함께 둘러본 뒤 넥쏘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버스를 시승하는 시간을 가졌다. 넥쏘 자율주행차는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서울~평창 간 약 190km 고속도로를 자율주행했던 차량이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4 수준의 차량으로 당시 시연에서 차선 유지 및 변경은 물론 전방차 추월, 7개 터널, TG(톨게이트) 2곳, IC(나들목) 1곳, JC(분기점) 1곳을 최고속도(시속 100~110㎞)로 달렸다. 당시 현대차는 넥쏘 자율주행차를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체험차로 운영하면서 각국 선수단과 올림픽 관계자, 관람객 등이 타볼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양측 경영진은 차세대 친환경차뿐 아니라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robotics)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양사 간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지만 이번 회동을 통해 협력 가능성을 탐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배터리를 포함한 첨단 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전략을 설명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했다.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4대 미래 성장사업 중 인공지능(AI), 5G, 전장사업은 모두 현대차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은 AI 기반 자율주행, 5G는 물론 반도체와 장비까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전기장치)용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적층 세라믹 커패시터)시장 선점에 적극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하는 MLCC는 자동차에만 약 3000~1만5000개가량 탑재된다.

아울러 지난 2017년 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것은 앞으로 삼성이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만이 보유한 전장사업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와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삼성은 CES 2020에서 세계 최초로 5G TCU(차량용 통신장비)를 공개했다. 5G 기술을 전장 분야까지 확대한 것으로 2021년에 양산되는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도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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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연구소 전경./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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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양 총수가 만난 남양연구소는 1996년 설립 이후 세계 시장에 출시하는 현대·기아차의 개발을 전담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종합 자동차 연구소다. 350만㎡ 부지에 종합주행시험장, 충돌시험장, 디자인센터, 재료연구동, 전자연구동 등의 시설이 있고 연구인력 1만3000여명이 근무한다. 정 부회장으로선 현대차의 미래 비전 등을 압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답방 이후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현대차를 차례로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동에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고, 6월 22일 LG화학 오창공장, 지난 7일엔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공장을 각각 방문했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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