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7천500억유로 중 28%인 2천90억유로 이탈리아에 할당"
우파 야권 "기대에 못미친다" 혹평…살비니 "사실상 전액 빚"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코로나19 회복 기금 관련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자 7천500억유로(약 1천30조원) 규모의 회복 기금 집행에 합의한 데 대해 이탈리아 총리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 총리는 21일(현지시간) 합의 직후 취재진에 "합의 내용에 만족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야심 차고 적절한 회복 계획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탈리아의 위엄과 국가 자율권을 지키는 가운데 이러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콘테 총리는 전체 회복 기금 가운데 28%인 2천90억유로(약 285조원)가 이탈리아에 할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810억유로(약 112조원)는 상환할 필요 없는 보조금이며, 1천270억유로(약 173조원)는 저리의 대출금 형태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U 내에서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규모가 최악 수준인 이탈리아가 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자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정책을 시행했다. 강력한 봉쇄가 두달간 지속하면서 국가 경제가 사실상 마비되는 등 궤멸적인 타격을 받았다.
콘테 총리는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바탕으로 바닥까지 추락한 이탈리아 경제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아주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2천90억유로의 지원금과 함께 우리는 이탈리아를 힘차게 재발진시키고 국가의 틀을 바꿀 기회를 얻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지원금을 투자와 구조 개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면서 "이탈리아를 더 에너지 친화적으로, 더 디지털적으로, 더 혁신적으로, 더 지속가능하게, 더 포용적으로 바꿀 진정한 기회가 왔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 당시의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맨 오른쪽)와 조지아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가운데). [AP=연합뉴스] |
다만, 이탈리아 우파 야권은 이번 합의에 대해 '기대에 못미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극우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조금 역시 30년간 상환 조건의 EU 채권 발행으로 충당하는 만큼 모두 대출금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공짜는 없다. 이탈리아가 받는 것은 모두 빚"이라면서 콘테 총리가 이탈리아 국가 정책을 통제하려는 EU 계획에 "조건 없이 굴복했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살비니는 아울러 EU가 지원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수혜국에 자체 개혁안을 제출토록 요구하고 지출 내역·방식 등에서 다른 회원국의 감시도 받아야 한다는 점도 언급하며 앞으로 고통스러운 세제·연금 개혁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다른 극우당인 '이탈리아 형제들'의 조지아 멜로니 대표도 "콘테 총리는 박수를 받으며 회담장으로 갔지만 결국 가져온 것은 감소한 보조금과 늘어난 조건"이라고 혹평했다.
앞서 EU 27개국 정상들은 지난 17일부터 마라톤협상을 한 끝에 21일 회복 기금의 큰 틀에 합의했다.
애초 EU 집행위 안은 기금 총액 7천500억유로 가운데 보조금이 5천억유로였으나 네덜란드·스웨덴·오스트리아·스웨덴·덴마크·핀란드 등 상대적으로 재정이 튼튼한 국가들이 보조금은 최대 3천500억유로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며 반발해 최종적으로 3천900억유로로 조정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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