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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은마 시세 40% 뚝···집값 잡은 유일한 사례, 분당 어땠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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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주택 공급 효과, 1기 신도시 유일

물량·속도·가격으로 수요 흡수

재건축 공급 활성화 필요

중앙일보

1990년대 초반 개발된 1기 신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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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뿐 아니라 온 나라가 온통 정부의 주택공급 방안에 쏠려있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 개발을 제외하는 것으로 교통정리 하면서 기존 도심 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숙제다.

공급 지역은 서울이어야 한다. 현 정부 이상으로 집값이 급등하던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 정부도 대대적인 주택 공급을 추진했지만 집값 급등 진원지인 서울보다 외곽(경기도) 공공택지(신도시 등)를 개발했다. 판교·위례·2기 신도시가 집값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수요 '흡수'가 아닌 '분산'의 한계다.

서울에도 공공택지가 개발됐지만 ‘조족지혈’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이후 지정된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건립가구수 기준)은 5% 정도다. 정부는 서울의 신규 주택 수요를 수도권 전체의 4분의 1 정도로 본다(이 수치도 적다는 지적이 많다).

관건은 물량·속도·가격이다. 실제 공급(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시차 때문에 웬만한 공급 대책은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한다. 서울을 둘러싼 물량 공세였던 2시 신도시(위례 등) 등은 2000년대 중·후반 첫 분양을 시작해 아직도 분양을 끝내지 못했다. 위례의 경우 2005년 8·31대책에서 발표한 뒤 5년이 지난 2010년 첫 분양(사전예약)했다. 올해 말 기반시설 설치를 끝내는 사업준공 예정이다. 발표에서 사업준공까지 16년이 걸린다. 아파트 입주가 끝날 때까지는 20년가량 소요되는 셈이다.



보금자리주택 공급효과 적어



2009년부터 추진한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인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도 뚜렷한 공급 효과를 내지 못했다. 2009~16년 서울 아파트 연평균 준공물량이 3만가구로 노무현 정부 기간(2003~2008년)의 절반 정도로 되레 줄었다.

2010~13년 서울 아파트값 약세는 보금자리주택 공급효과보단 2008년 금융위기 후유증,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한 ‘하우스푸어’ 우려 등이 더 많이 작용한 결과다.

당시 보금자리주택으로 민간 주택경기가 타격을 입는다는 반발로 보금자리주택 물량이 계획보다 많이 줄었고 분양가도 올라갔다.

주택 공급이 직접적으로 집값을 잡은 유일한 예가 분당 등 1기 신도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990년 37.6%까지 올라갔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그 이듬해부터 3년간 하락세로 돌아섰다.

1979년 완공해 40여년 주택시장 산증인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때도 이때다. 88년 말 7500만원에서 91년 2억2000만원까지 3년간 3배로 뛰었다가 1억4000만원까지 40%가량 하락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 폭이 30% 정도였다.

당시 경제 여건은 괜찮았다. 소비자 물가가 연평균 7%가량 올랐고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8% 정도였다. 통화량도 매년 20%가량 늘며 돈이 많이 돌았다.



강남3구 맞먹은 분당 아파트 공급



집값이 잡힌 건 공급 효과였다. 물량이 압도적이었다. 1기 신도시 아파트가 28만가구로 90년 기준 서울과 경기도 아파트 76만가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분당 아파트 물량이 당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의 절반인 9만가구였다.

1기 신도시가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한 1992년부터 서울·경기도 아파트 입주물량이 매년 15만~17만가구로 이전 7만가구의 2배가 넘었다. 단기간에 아파트 재고가 급증해 95년 서울과 경기 아파트가 140여만가구로 5년 새 2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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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 분당 분양 광고. 그해 4월 정부의 수도권 5개 신도시 개발 발표 이후 7개월만에 분양을 시작했다.


1기 신도시 공급속도가 빨랐다. 분당을 보면 89년 4월 발표 이후 첫 분양(89년 11월)까지 7개월, 첫 입주(91년 9월)까지 2년 반 만에 속전속결이었다. 95년까지 계획 물량의 거의 다인 8만5000여가구가 입주를 끝냈다.

1기 신도시는 행정구역이 경기도였지만 사실상 서울 주택 공급 역할을 했다. 당시 해당지역 우선 공급 문턱이 낮아 분당 입주 가구의 72.8%가 서울에서 왔다.

가랑비로 옷을 적셔서는 주택 공급 대책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없다.

분양가가 당시에도 가격 규제로 저렴했다. 분당 전용 84㎡ 첫 분양가가 5600여만원이었고 당시 은마아파트 같은 크기 시세가 1억원이었다.



용적률 높이면 분양가도 내려가



현재 서울에서 저렴하게 대량으로 빨리 공급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그린벨트 해제를 제외하면 정부 소유 대규모 부지다. 보상 절차가 필요 없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까지 올리면 물량을 더 늘리는 데다 분양가상한제 분양가도 더 낮출 수 있다. 용산 정비창의 경우 3.3㎡당 3000만원대에서 2000만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업계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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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린벨트 개발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주택공급 방안의 하나로 떠오른 군 시설 태릉골프장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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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대책으로 뜨거운 감자가 재건축이다. 재건축은 기존 주택을 허물고 다시 짓는 사업이어서 주택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 기존 가구 수를 제외한 순수 증가 물량이 기존 가구 수의 30% 정도다. 현재 최고 300%에서 용도지역 변경이나 허용 용적률 상향으로 더 높이면 주택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용적률을 높이는 만큼 임대주택으로 짓게 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처럼 용적률을 법적 한도까지 최대한 올려주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로 공급하게 했다.

같은 용적률 내 주택공급 확대 방법으로 소형주택을 늘리는 게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소형주택 건립 의무비율을 도입해 전용 85㎡ 이하를 전체 건립 가구 수의 75% 이하 범위에서 60㎡ 이하를 20% 이상, 60~85㎡를 40% 이상 짓도록 했다. 지금은 75% 한도와 소형주택(60㎡ 이하) 의무비율이 없어지고 85㎡ 이하를 60% 이상 지으면 된다.

용적률 증가는 사업성 제고에 따른 투기 수요 증가와 가격 급등이 부작용으로 우려된다. 재건축부담금과 같은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있다곤 하지만 100% 환수하는 게 아니다.

재건축은 민간(조합)사업이어서 조합 사정 등으로 주택공급 속도가 들쭉날쭉하다.

급한대로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대규모 공급에 중점을 두더라도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 재건축 비롯한 재개발 등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재건축 카드는 당장 공급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정부가 시장의 요구에 귀기울여 정책에서 공급 비중을 키운다는 '신호' 의미도 크다. 시장의 공급 부족 불안을 달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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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9500여가구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재건축은 기존 가구수 대비 30% 정도 순증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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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주택공급 대책에 따라 집값이 잡힐 것이란 기대는 섣부르다. 역대 어떤 주택공급 대책 ‘발표’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1기 신도시만 보더라도 1989년 4월 발표 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더욱 거세졌다.

88년 18.5%인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89년 18.8%, 90년엔 37.6%를 기록했다. 집값은 실제 공급(입주)이 일어나면서 내려갔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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