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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직원 1600명 해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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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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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한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이스타항공 티켓 창구의 모습.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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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은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M&A가 결국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하며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포기했다. 지난해 12월 SPA 체결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은지 약 7개월만이다. 제주항공은 공시에서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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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한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이스타항공 티켓 창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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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을 기반으로 한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10월 설립했다. 이스타항공은 2014년까지 새만금관광개발이 지분 49.4%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새만금관광개발은 이 의원이 사장을 지낸 KIC그룹의 계열사다. 이 의원은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그룹 총괄회장을 맡았으나 19대 국회의원(2012∼2016년)을 지내는 동안 형인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게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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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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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는 자본금 3천만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가 수개월 뒤 이스타항공의 지분 68.0%를 사들여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66.7%)과 딸(33.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설립 당시 아들은 10대, 딸은 20대였다.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이스타항공에서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에 이어 브랜드마케팅본부장(상무)을 역임했다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의 브랜드마케팅본부장직에서 사임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1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이스타항공의 주식 매입 자금을 확보한 경로 등을 놓고 페이퍼컴퍼니 논란과 불법 승계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의원은 지난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통해 “직원의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며 지분 헌납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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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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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은 국내 최초로 보잉737 맥스(B737 MAX) 항공기를 도입했지만, 해외에서 잇따른 추락 사고로 작년 3월부터 B737 맥스가 운항을 중단하며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 여행 거부 운동 확산과 환율 상승 등 악재에 유가가 들썩이며 경영난에 시달린 탓에 결국 작년 9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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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한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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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으로 이스타항공은 법정 관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그동안 인수·합병(M&A) 진행 과정에서 셧다운 지시 여부와 선결 조건 이행 여부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의 골이 깊었던 만큼 향후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이미 자력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미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은 그동안 인수 성사를 위해 임금 반납에도 동의하며 고통을 분담했지만 끝내 대량 실직 위기에 놓였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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