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6년 만에 뉴욕 현지서 체포

세월호 실소유주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차남 유혁기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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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소유주였던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48)씨가 미국 뉴욕에서 체포돼 본국 송환 절차가 시작됐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 범죄인 인도를 위한 재판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로 그의 신병이 한국으로 넘어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미국에 체류 중인 유씨가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자택에서 지난 22일(미국 시간) 체포돼 현지에서 범죄인인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이번 체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법무부가 미국에 유씨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유 전 회장의 경영 후계자로 알려진 유씨는 세월호를 운영한 청해진해운의 회삿돈 55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를 받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세월호 안전 관리ㆍ감독에 사용할 수 있는 회삿돈을 횡령함으로써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했었다. 당시 유씨에게도 수차례 출석 요구를 했으나, 유씨는 이에 불응한 채 미국에서 잠적 생활을 이어갔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6년 만에 체포된 유씨는 일단 미국에서 범죄인인도 심사를 받게 된다. 한국으로의 강제 송환이 결정되면, 기존 수사를 진행했던 인천지검이 그의 신병을 넘겨받아 조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 사법부의 최종 결정이 나오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범죄인인도 심사에 대한 불복 절차가 있는 데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 아더 패터슨처럼 인신보호 청원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씨가 '시간 끌기'에 나설 수도 있는 탓이다. 패터슨은 지난 2011년 미국에서 검거돼 이듬해 인도 허가가 결정됐지만, 항소와 인신보호 청원 등을 거듭한 끝에 한국으로의 신병 인도 결정은 2015년에야 이뤄졌다.

앞서 유 전 회장 장녀인 유섬나(54)씨도 프랑스 도피 3년 만에야 국내로 송환된 바 있다. 2015년 프랑스 사법부가 범죄인 인도 결정을 두 차례 내렸지만, 섬나씨가 번번이 불복했던 탓이다. 결국 2017년 한국으로 송환된 그는 이듬해 징역 4년형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