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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하루에 1억씩 오르는데"…행정수도 이전, 집값 안정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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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종 아파트값 20% '껑충'…전국 최고

행정수도 이전으로 집값 안정화 효과 '글쎄’

2004년 당시도 집값 거품…실수요자 피해

2012년 청사 이전 때도 세종 땅값 0.24%↑

뉴시스

【세종=뉴시스】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전경. 2019.09.03. ppk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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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요."

지난 24일 세종시 어진동 더샵센트럴시티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세종시 집값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국회나 청와대 등이 세종시로 오면 집값이 더 뛸 거라고 생각하는 집주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쏘아 올린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부동산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집값 안정화 문제와 직접적으로 결부 시키고 있지 않지만, 부동산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행정수도 이전 카드가 문재인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균형발전'을 앞세워 행정수도 이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뒤 국회의장과 민주당 차기 잠룡들까지 가세했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의 불똥이 집값 안정화로 튀었다. 정부와 여당은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하면 널뛰는 서울 집값 안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지만, 부동산시장의 분위기 사뭇 다르다.

세종시 아파트값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 세종시는 지난주(1.46%)에 이어 이번 주도 아파트값이 0.97% 상승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이다. 또 올해 들어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이 20.19%에 달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행정수도 완성기대감과 BRT 노선 추가로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운·아름동과 한솔동 첫마을 위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세종시 아파트값이 실제 수억원씩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전용면적 99㎡)는 지난달 27일 11억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는 13억원까지 치솟았다. 또 지난달 18일 6억9000만원에 매매된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전용면적 84㎡)의 현재 호가는 7억5000만원에서 8억원 선이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으로 서울의 집값 불안이 세종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 거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갑작스러운 집값 급등에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어리둥절하다. 어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자고나면 수억원씩 집값이 오르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가뜩이나 집값에 거품이 많이 끼었는데 행정수도 이전 논란으로 거품이 더 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집값 안정화 효과를 거둘지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청사를 세종으로 옮긴 뒤 세종과 서울 집값이 오히려 상승했고, 인구 과밀 분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대전·청주·공주 등 인근 지역 수요를 흡수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행정수도 이전이 지난 2004년 때처럼 변죽만 울리다 끝날 경우,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실수요자가 피해는 물론, 실물경기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은 그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정부청사 이전 움직임이 본격화한 2012년 2월부터 세종시 땅값이 0.24%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3월 0.48% ▲4월 0.51% ▲5월 0.55% ▲6월 0.55% ▲7월 0.68% ▲8월 0.63% 등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당시 세종시 땅값 상승률은 6개월 간 전국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들썩였다.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이 집값 안정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를 분산하는 효과와 집값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청사를 세종으로 옮겼지만, 세종과 서울 집값은 오히려 더 많이 올랐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국회와 청와대를 옮긴다고 해서 널뛰는 집값이 안정되기 어렵다"며 "올해 들어 20% 가까이 오른 세종 집값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행정수도 이전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부동산시장의 혼선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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