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주택가격전망CSI 두 달 연속 상승
"불안감·역차별이 부동산 매수심리 자극해"
서울 광화문 부근 금융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2년차 백모(29)씨와 최모(29)씨는 최근 부동산 임장(臨場)을 다녀왔다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아파트를 각각 2억원대에 계약했다. 올 초만 해도 집을 살 생각이 없었지만,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수록 집값이 오르는 기현상을 목격하면서, 더 늦으면 평생 집 한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부모님 지원은 없었고 보금자리 대출에 마이너스 통장 등 영혼까지 끌어모았다. 대출기간은 30년으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매월 80만원 정도를 갚아야 한다. 서울은 늦었다는 판단해, 그나마 가까운 고양시를 택했다. 수도권의 집값은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백씨는 무리를 해서 집을 사게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사회초년생인 2030세대의 ‘패닉바잉(Panic Buying.공포에 의한 사재기)’이 잇따르고 있다. 청약시장에서 낮은 가점으로 찬밥 대우를 받는 가운데 아파트 값은 지속적으로 오르자,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청년 세대들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DB |
◇ "집값 오른다" 심리에… 2030도 "집 사자"
패닉바잉을 연출하고 있는 심리적 공포는 각종 경제지표로도 확인된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달(112)보다 13포인트(P) 증가한 125를 기록했다. 2018년 9월(128) 이후 최대치다. CSI는 현재와 비교해, 1년 뒤 주택 가격을 가늠하는 지수로서 100 이상일수록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실제 집값도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둘째주(13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전주에 비해 0.09% 올랐다. 지난달 둘째주 이후 6주 연속 상승세다. 올해 상반기 주택매매거래량도 총 62만878건으로 전년(31만4108건) 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45만7543건이었던 최근 5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와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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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처윤 한은 통계조사팀 팀장은 "정부가 지속적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상황이지만 주택가격전망 소비심리가 상승하고 있다"며 "주택에 대한 수요가 공급에 비해 높고, 실제 아파트 등 주택 매매가가 올라가면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2030세대의 아파트 구입이 눈에 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달 연령대별 아파트 매입 건수를 보면 30대는 3601건으로 집계됐다. 전달(1258건)보다 2.9배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매입 거래(1만1106건) 가운데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4%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3.4%P 늘었다.
전통적으로 주택시장의 큰손은 40대였다. 하지만 지난달 거래에서는 40대의 비중(27.8%)보다 30대의 거래 비율이 4.6%P 높았다. 2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도 5월(134건)보다 3.1배 증가한 412건을 기록했다.
2030세대 주택담보대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대의 주택담보대출은 58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조9000억원 증가했다. 같은기간 20대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4조5000억원 증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전후로 대출 문의가 크게 늘어난다"며 "특히 최근에 6·17 대책이 발표되고 사회초년생인 20~30대 젊은 세대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고 했다.
◇ "불리한 청약·LTV에 매수시장으로 이탈한 2030"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패닉바잉 현상을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보고 있다. 각종 규제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조급해진 청년 세대의 매수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한다.
자녀 수와 청약통장 가입기간, 무주택 기간 등을 고려하는 청약 정책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2030세대에 불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청약시장을 이탈한 2030세대가 매수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2030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을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비트코인처럼 보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며 "부동산 투자의 수익성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지금 집을 사지 못하면 영원히 집을 못 살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더해지면서 패닝바잉 현상이 등장한 것 같다"고 했다.
26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아파트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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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심리를 다스리지 못하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월 초 발표되는 주택 공급 대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입주까지는 최소 3~4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당장의 공급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청약이라는 경쟁에서 2030세대가 40대에 비해, 경쟁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조건은 굉장히 적다보니, 청년 층 입장에서는 역차별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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