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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마스크 안 써" "흑인은 가라"…미국판 김여사 '카렌'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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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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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마스크를 안 쓴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과 마스크를 쓴 데보라 벅스 코로나19 TF 조정관. 매커내니 대변인은 최근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시장으로부터 '카렌'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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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입을 쩍 벌리게 하는 진상 손님이나 인종차별주의자의 소식이 보도될 때면 꼭 붙는 단어가 있다. 바로 '카렌'(Karen)이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을 거부한 사건이 화제가 됐다. 거절당한 여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사실을 직원에 대한 조롱 섞인 글과 함께 올렸지만, 누리꾼들로부터 오히려 비판을 받으며 '스타벅스 카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외에도 미국에는 수많은 카렌이 있다. 지난 5월 뉴욕시 센트럴파크에는 개에게 목줄을 채우라는 흑인 남성을 경찰에 신고한 카렌이, 지난달 28일 미주리주에서는 흑인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사유지 도로를 지나간다고 권총을 겨눈 카렌이, 지난달 30일 오리건주 코스트코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며 주저 앉은 카렌이 있었다.


'카렌'은 누구인가?

카렌은 적절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타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중년 백인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카렌은 우리나라에 대입해보면 자신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백화점 직원을 무릎 꿇게 하거나 식당에서 난동을 피우는 등 진상 행동을 하는 중년 여성을 지칭하는 '김여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많고 많은 이름 중 하필 '카렌'일까. 영국 매체 가디언즈 등에 따르면 신생 여아의 이름으로 카렌이 가장 인기를 끌던 시기는 1960년대로, 이후 1965년에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해 2018년에는 468명 만이 '카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당시 미국의 인구는 대부분 백인이었기에 '카렌'은 자연스레 백인 중년 여성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카렌 아티아 워싱턴포스트(WP)의 편집인 또한 어린 시절 사람들이 흑인인 자신에게 '카렌 같지 않다'는 말을 했다며 "카렌은 분명 나이든 백인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카렌은 왜 생기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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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이라는 단어를 유행하게 한 영상. 지난 5월 에이미 쿠퍼라는 여성이 개에 목줄을 매달라고 요청한 흑인 남성을 경찰에 신고하고 있다. /사진=멜로디 쿠퍼 트위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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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은 최근 흑인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며 대중화됐지만 새로운 용어는 아니다. CNN에 따르면 '카렌' 이전에도 이름으로 특정 집단을 지칭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카렌'이전에는 '베키', '미스 앤' 등의 이름이 쓰였다.

불과 몇 년 전인 2018년 한 백인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바베큐를 하던 흑인들을 보고 경찰을 불렀을 때 그는 'BBQ 베키'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카렌'이라는 단어는 지난 5월 에이미 쿠퍼라는 여성이 개에 목줄을 매달라고 요청한 흑인 남성을 경찰에 신고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할 때 '최고의 카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카렌은 또 다른 혐오 vs 문제를 명명해야 해결할 수 있다

카렌은 무례한 백인 중년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였으나 최근에는 남성을 지칭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카렌'이라는 명명법이 또 다른 혐오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페미니스트 커런트 매거진'의 메건 머피 편집자는 "'카렌'은 한 때는 농담이었지만 지금은 심각한 일이 됐다"라며 최근 SNS에서 백인 여성을 '카렌'이라 부르며 쫓아가는 영상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영상은 맥락이 부족해 시작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라며 '카렌'이라는 용어가 온라인 상에서 단순히 분노를 표출하고 분노 반응을 즐기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 인종차별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챈 토브 맥나마라는 '미시건 인종과 법 저널'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문제는 해결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폭력은 예방할 수 없다"고 문제에 대한 명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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