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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코로나19 백신, 누가 먼저 맞아야 하나 [정원식의 '천천히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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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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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워싱턴주 시애틀의 워싱턴보건연구소에서 실시된 코로나19 백신 1차 임상시험에 사용된 백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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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연내 생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누가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 순위는 공정성과 효율성을 모두 요구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지난 5월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인종차별이 첨예한 화두로 자리잡은 상황이어서 인종과 민족을 우선접종 순위 결정 기준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논쟁은 결국 다른 국가에서도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어서,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에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현지시간) “백신 개발이 최종 단계에 들어가면서 우선접종 대상을 정하는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논쟁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는 지난 27일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이 미국에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같은날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연구소(NIAID) 소장도 올해 연말쯤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연내 백신 생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미국은 질병예방통제위원회(CDC) 산하 예방접종위원회(ACIP)가 지난 4월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CDC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부문 학자들로 구성된 ‘코로나19 백신 공정 할당 위원회’도 꾸려 지난달 24일 첫 회의를 했다. CDC는 8월말까지 우선접종 관련 초안을 만들고 9월말까지는 최종 버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큰 틀은 정해져 있다. 보건의료 인력과 국가안보 관련 필수 노동자와 고위험 인구에게 준다는 것이다. 고위험 인구에는 고령층, 장기요양시설 거주자, 기저질환 보유자 등이 포함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6월 ‘글로벌 할당 구상’을 발표하고 보건의료계 종사자, 65세 이상 노인, 다른 고위험군 성인 등으로 우선접종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순위에 대한 세부 기준을 어떻게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정하느냐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종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인 호세 로메로 박사는 흑인, 라틴계,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우선순위를 정할 때 인종적·민족적 그룹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든 대중의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CDC에 따르면 65세 이하 코로나19 사망률은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두 배 더 높다. 존스홉킨스대의 모니카 쇼치스파나 박사는 “우리는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인종적으로 쪼개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면서 “지금은 공정성과 정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반면 백신접종관리자협회의 클레어 하난 국장은 “한 인종에 백신을 먼저 주고 다른 인종에 나중에 준다는 걸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종을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없고, 백신에 대한 공중의 신뢰를 깰 수 있으며, 이를 두고 법적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 사이에 관심을 모으는 방법 중 하나는 추첨”이라고 했다. 추첨의 장점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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