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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최고위원 선거, 승부는 이곳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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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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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종민(왼쪽부터), 한병도, 염태영, 양향자, 민홍철 선관위원장, 노웅래, 소병훈, 신동근 후보가 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대회에서 축하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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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재정 의원(재선)이 컷오프에서 탈락한 것이다. 한 최고위원 후보 캠프의 A관계자는 “10명의 후보 중 이 의원이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컷오프에서 탈락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예비경선에서는 탈락자 명단만 공개됐지, 구체적인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A관계자는 “예비경선 투표결과도 의외였지만, 최고위원 본선도 어떻게 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B씨 역시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4일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10명의 후보 중 8명만 8·29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선거에 진출할 수 있었다. 예비경선에서는 이재정 의원과 정광일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대표가 탈락했다. 본선에 나가는 후보는 노웅래(4선), 이원욱(3선), 김종민·소병훈·신동근·한병도(이상 재선), 양향자(초선)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전당대회에서는 8명의 후보 중 5명의 최고위원이 선출된다. 양향자 의원은 이재정 의원이 예비경선에서 탈락함에 따라 자동적으로 여성몫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나머지 4명의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7명의 후보가 한 달간의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예비경선서 이재정 의원 컷오프
영남권 인사 C씨는 “예비경선에서 마찬가지였지만 본선에서도 지역에 기반을 둔 후보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의원 같은 경우는 경기도 안양 동안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 예비경선에서 특정 지역의 지원을 받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본선에 오른 8명의 후보 중 한병도·양향자 의원은 호남, 김종민 의원은 충청이라는 뚜렷한 지역 기반이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모두 수도권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신동근 의원은 인천, 소병훈·이원욱 의원과 염태영 수원시장은 경기 남부, 노웅래 의원은 서울에 지역 기반을 갖고 있다. C씨는 “수도권보다는 호남이나 충청이라는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가진 후보들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출신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영남권 후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눈에 띈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나섬에 따라 영남권 후보가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C씨는 “당대표 선거와 관계없이 영남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할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4월 총선에서 영남권에서는 대부분의 인사가 낙선했고, 당선된 의원들조차 최고위원에는 별 뜻이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당내 계파 구도 역시 최고위원 선거 판도를 점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한병도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의 정무수석을 역임하면서 친문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민·신동근·소병훈·이원욱 의원 역시 친문으로 분류된다. 친문 중 소병훈 의원은 이해찬계, 이원욱 의원은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소 의원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 속해 활동해온 만큼 민평련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 의원은 오랫동안 당료 생활을 거쳐 민주당 내에서 지지기반이 넓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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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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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의원은 비주류로 분류된다. 이번 4월 총선을 거치면서 비주류의 입지는 당내에서 많이 줄어들었다.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주류의 정성호 의원은 전체 163표 중 불과 9표를 받는 데 그쳤다. 20대 국회에서 노 의원은 계속 비주류의 지원을 등에 업고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매번 떨어졌다. 민주당의 D관계자는 “숫자로 보면 비주류는 많아야 20% 정도”라면서 “하지만 노 의원의 경우 계속 원내대표 선거에서 떨어진데다 후보 중 가장 선수가 높은 다선 의원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득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과 노웅래 의원은 당내의 강경 기류와는 상반되는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의원은 7월 19일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의 위기를 강조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 실망하는 국민은 공정함을 잃은 것에 대한 실망이었고 ‘내로남불’식 태도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7월 30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조건 반대하는 식의 야당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국정운영의 책임을 가진 여당은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고 말했다.

권리당원의 선택이 당락 가를 듯
현역 의원이 아니라 지자체 단체장으로 출마한 염태영 수원시장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시의원 B씨는 “당내 지자체 관련 인사들이 이번 21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때문에 염 시장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만만찮다”고 말했다. 2년 전 전당대회에서는 논산시장인 황명선 후보가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D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는 현역 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자체 단체장과 지자체 의원의 표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선거는 동시에 치러지는 당대표 선거와 맞물려 돌아간다. 때문에 당대표 선거에서 대세론을 형성하는 이낙연 의원과의 관계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호남의 E인사는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이낙연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하려고 했지만,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이 의원이 연대 자체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의 당대표 출마도 최고위원 판도에 영향을 줬다. 박주민을 지원하는 이재정 의원은 컷오프에서 탈락했다. D관계자는 “박주민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예비경선에서는 이재정 의원에게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 박주민 후보의 부각에 대한 경계심이 작동됐다는 것이다.

최고위원 투표는 1인 2표제로 실시된다. 권리당원 40%, 대의원 45%, 일반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로 결과가 반영된다. 2018년 전당대회에서는 박주민 의원이 21.28%라는 가장 높은 득표율로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권리당원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광온 최고위원이 16.67%, 설훈 최고위원이 16.28%, 김해영 최고위원이 12.28%의 득표율을 얻었다. 한 최고위원 후보 캠프의 A관계자는 “최고위원 투표에서는 권리당원의 표가 중요하다”며 “당비를 내며 당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당의 사정에 밝은 권리당원이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가 선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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