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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지치지 않는 R&D로 제약업계 이끈 선구자…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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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신약 개발에 과감한 투자로

한국 첫 항생제 제조기술 수출 등

글로벌 제약 국가의 초석 다져

[경향신문]

경향신문

한국 제약업계를 이끌어온 한미약품그룹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임 회장은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열었다. 1973년 ‘임성기제약’을 설립했고, 그해 상호를 한미약품으로 바꾼 뒤 지금까지 48년간 경영해왔다.

임 회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후보물질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한국형 연구·개발(R&D) 방식을 통해 한미약품을 신약 개발 회사로 이끌어왔다.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액의 최대 20%에 이르는 금액을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한미약품이 최근 20여년간 R&D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약 2조원에 달한다. 이는 “R&D 없는 제약기업은 죽은 기업, R&D는 나의 목숨과도 같다”는 임 회장의 확고한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미약품은 1987년 한국 제약업계 최초로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에 항생제 제조기술을 수출했으며, 1997년에는 또 다른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젼’ 제제 기술을 역대 최고 규모인 6300만달러에 이전했다. 노바티스와의 계약 성과는 당시 외환위기로 고통받던 대한민국에 큰 희망을 주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직후 국내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투자를 축소할 때도 임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계속했다. 결국 2003년 국내 최초의 개량 신약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을 출시했으며, 2009년에는 국내 최초의 복합신약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을 기반으로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의 초석을 닦았다.

그러나 2010년에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경험하며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단기 성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투자자들은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한미약품의 R&D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그러나 임 회장은 R&D 투자를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글로벌 제약기업과 잇따라 성사하며 한국을 역동적인 제약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그해 계약을 체결했던 여러 신약이 반환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임 회장은 전체 임원회의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그 길에 창조와 혁신이 있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임 회장은 2016년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2800여명에 이르는 그룹사 전 임직원에게 1100억원 규모의 개인 소유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종윤·종훈씨, 딸 주현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미정이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이다.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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