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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틱톡의 새 주인 찾기

화웨이·틱톡·위챗까지…美, 중국 IT 때리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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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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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을 상대로 한 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중국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TikTok)에 이어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대해서도 공세를 가했다. 틱톡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수 추진으로 절충이 되는 모양새이나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다른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선데이 모닝 퓨처스' 인터뷰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중국 소프트웨어 회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이든 위챗이든 관계없이 수많은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해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조치가 틱톡을 넘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중국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의 정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직접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중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그들의 국가 안보 기관인 중국 공산당에 직접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전쟁의 서막을 연 틱톡은 MS와 미국 내 사업 인수협상에 본격 들어갔다. 당초 MS의 틱톡 인수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45일 기간을 한정으로 인수협상에 동의한 덕분이다. 이날 MS는 공식성명에서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며 "틱톡의 미국 사업 인수를 위한 논의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45일의 매각 시한(9월 15일)을 지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MS는 틱톡의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법인을 인수한다.

다음달 15일 이전에 인수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MS는 "대통령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틱톡 인수에 있어 미국 재무부 등에서 안보 심사를 받을 것이며 미국에 제대로 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MS가 백악관이 납득할 만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틱톡과 관련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MS가 틱톡을 인수할 경우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ABC 방송의 '디스 위크'와 인터뷰하면서 틱톡의 미국 내 사업 매각 추진과 관련해 외국 기업 거래의 국가 안보 영향을 검토하는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트댄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엄격하게 미국 현지 법률을 준수한다"며 "법률이 부여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회사의 합법적인 권익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매각 절차에 제동이 걸린다면 미국 정부 등을 상대로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미국 내 젊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했다는 지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MS의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틱톡에서 3400만명 이상의 폴로어를 보유한 19세 가수 베이비 애리얼은 "트럼프가 싫다"고 적기도 했다.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틱톡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젊은 유권자들이 11월 대선에서 대거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유력 의원들도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MS의 인수를 허가하라고 촉구했다.

틱톡에 대한 압박을 주도하고 미국과 정보동맹을 맺고 있는 '파이브아이즈'의 행보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정보기관에 틱톡의 보안 위협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호주 공영방송 ABC가 보도했다. 반면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틱톡의 본사를 베이징에서 런던으로 옮기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영국 일간 더선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관영 매체를 통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3일 사설에서 "미국은 마치 불량배 정부처럼 야만적 행동을 일삼고 자신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또 한 번의 암실 조작을 범했다"며 "패권을 국가 안보로 간주해 법과 상업 규칙을 뛰어넘는 것이 오늘 우리가 보는 틱톡 사냥의 본질"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이 신문은 "미국은 야만적인 방식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첨단기술 산업 질서 고착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21세기 하이테크 경쟁 분야에서 가장 추한 '미국 드라마'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중국의 기술 굴기가 미국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하이테크 정보산업 패권에 대한 화웨이와 틱톡의 도전은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것이 국가 안보라면 미국의 국가 안보는 패권과 똑같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국 청소년들이 틱톡을 애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부분 싫어한다"며 "미국 대선에 앞서 틱톡을 금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매우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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