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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월세 전환 가속화, 임차인 부담 줄일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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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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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 사무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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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시행을 계기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고 한다. 집주인으로서는 초저금리에 다주택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전세금을 받아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기도 어려워져 목돈을 쥐고 있을 이유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 부담이 더 커지는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여당은 이런 시장의 움직임에 대비해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

우선 현행 시중금리에 비해 과다한 전·월세전환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에 적용하는 환산비율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이율(3.5%)을 더해 정한다. 7월 현재 기준금리가 0.5%이니 전환율은 4%가 된다. 집주인이 전세 5억원인 주택을 보증금 2억원을 낀 월세로 전환하면 세입자는 월 100만원의 임차료를 내야 한다. 3억원을 은행에 예치할 경우 매월 이자가 2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큰 수익을 내는 셈이다. 따라서 전·월세전환율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흐름을 막기 어렵게 된다. 세입자로서는 시중금리 0%대인 시대에 과도한 월세를 부담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집주인이 전·월세전환율을 과도하게 책정할 경우, 세입자를 보호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전·월세전환율을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민법의 특별법 형태라 이를 어겨도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단이 없다. 세입자로서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로 가져가거나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분쟁조정위가 조정안을 제시해도 집주인이 수용하지 않으면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 조정안이 재판에 준하는 효력을 갖도록 하는 등 집주인의 횡포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고 분쟁조정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3일 세부 보완책 마련을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선의의 정책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곳이 부동산시장이다. 시장 자체가 워낙 복잡한 데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편법과 변칙이 난무해왔다. 정부·여당의 새 부동산 대책이 큰 방향에선 바람직하지만 이것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충분하지 않다. 세부 시행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부담과 불편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는다면 효과는 반감하게 된다. 예상되는 빈틈이 보인다면 서둘러 보완하면서 가야 한다. 정부·여당이 보완책 마련에 실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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