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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시민사회 요구 묵살한 경찰개혁안, 보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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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 국가경찰의 외곽조직화 우려

경찰위, 민주적 통제 기능 강화안 빠져

별도의 자치경찰조직 신설 안해

정보경찰 안 줄여 개혁의지 의문

‘거수기’ 경찰위 중립성 담보 시급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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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당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경찰개혁 방안에 과거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정보경찰 개혁과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이 전혀 담기지 않아 “현 정부가 경찰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개혁위는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경찰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외부 인권 전문가 모임으로 1년 동안 치열한 논의를 거쳐 경찰개혁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경찰개혁안에는 경찰개혁위가 권고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모든 논의 과정이 시민사회와의 논의 없이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당정이 발표한 개혁안을 보면 경찰개혁의 핵심인 자치경찰제가 별도의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시민사회는 경찰개혁의 핵심으로 꼽았던 자치경찰제가 기존에 논의된 방향과 다르게 발표된 것에 허탈해하고 있다. 자치경찰이 분리되지 않고, 국가경찰의 외곽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찰 조직 안에서도 경찰개혁의 큰 축인 자치경찰제가 ‘일원화’로 이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청장은 개혁안 발표 뒤 주재한 회의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개혁안이라는 중요한 협의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시민들이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현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겨레

재직 시절 경찰에 온라인 여론 조작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고 2020년 2월14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 2018년 10월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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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 개혁과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 등 그동안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내용도 전혀 담지 못했다. 경찰청 정보국과 지방경찰청 정보과에 소속돼 치안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정보경찰은 전국 3천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으로, 수시로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치에 개입해 논란이 됐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댓글 공작’에 정보경찰을 동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강신명 전 청장과 이철성 전 청장도 각각 ‘정치관여’, ‘불법사찰’에 정보경찰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 역시 재판을 받고 있다. 정보경찰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사찰’과 ‘삼성노조 파괴’에도 관여해 시민의 안전보다 권력의 요구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찰개혁위는 ‘정보경찰의 기능을 공공안녕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및 대응’으로 한정하고 정보경찰 인력을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은 “경찰개혁위가 권고한 내용이 2년째 하나도 이행이 안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보경찰 개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마련된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방안도 빠졌다. 1991년 설치된 경찰위원회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찰정책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행사해 경찰행정에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하지만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찰위원회 자료를 보면, 1991년 7월31일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총 453건의 회의를 개최해 3298건의 안건을 심의했는데 이 중에서 ‘부결’ 결정을 내린 안건이 3건에 불과하다. 2008년 이후로는 단 한건도 ‘부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박병욱 제주대 교수(행정법)는 “경찰위원회가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는데, 경찰위원회가 중립성을 담보하면서 경찰에 대해 민주적이고 전문적인 통제장치로 기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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