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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청년들 ‘임대차 3법’ 남의 일…“공공임대 늘려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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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66%, 30대 50% 월세살이

보증금 버거워 전세 꿈도 못꿔

청년들 ‘월세 오를라’ 걱정 태산

“저금리 대출·공공주택 확대 기대”


한겨레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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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윤정(25)씨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2만원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와 ‘나홀로’ 자취한 지 4년째다. 보증금이 부족해 전셋집은 꿈도 못 꾸는 김씨에게 ‘임대차 3법’ 논쟁은 조금 먼 얘기다.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좋은 법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내고 있는 비싼 월세의 무게를 덜어줄 대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 신청공고가 뜨길 기다리고 있다는 김씨는 “집주인에게 규제를 두자는 취지에 찬성하지만, 사실상 이번 법안은 남의 일 같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발표한 1인가구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김씨처럼 혼자 사는 20대의 66.5%, 30대의 49.8%가 월세로 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격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통과 이후 일부 언론은 전세 매물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5%로 제한된 전세보증금 인상률 제한에 불만을 가진 임대인들이 대거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겨레>가 만난 청년들의 걱정은 조금 달랐다. 전세자금이 없어 월셋집에 살았던 청년들은 주임법 통과로 월세가 오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경북 영주시에 사는 이아무개(32)씨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8만원인 집에 살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씨에게 월급의 20%를 차지하는 월세 38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는 “월세 상승률을 5%로 제한한 취지는 좋지만 혹시 집주인이 법 통과 이후 ‘월세를 5%까지 올려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잘 올리지 않던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빠른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 대신 ‘전셋집 마련’을 꿈꿔온 청년들은 일시적이긴 하지만 전세계약 갱신 보장에도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서울 관악구에 반전세로 사는 김아무개(27)씨는 “주변에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금이 오를까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주임법으로 최소 1번 계약 연장과 인상률 5%를 법이 보장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언론에선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갭투자를 하던 사람들은 전세 보증금 없이 월세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집을 내놓을 수 있고, 그러면 서민들이 집을 살 기회도 많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소기업청년대출은 1억원까지 1% 이율로 대출해주는데 서울 안에 1억원으로 구할 수 있는 전세방은 거의 없다”며 “현재 청년들을 위한 부동산 대책은 비현실적인데 저금리 전세대출이나 공공주택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은 “이번 주임법은 전세 세입자 주거권 안정화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월세 세입자에게도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 요구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안내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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