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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反정부 시위 무풍지대’ 러 극동서 4주째 ‘反푸틴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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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6000km 떨어진 러시아 극동(極東) 도시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CBS뉴스,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조선비즈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의 모습. ‘러시아인의 목숨도 중요하다(Russian lives matter)’라는 문구가 들어간 풍선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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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과 접경 지역인 하바롭스크에는 지난 1일 지역 언론 추산 3만여명이 모여 "푸틴 없는 러시아" "자유" 등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 당국은 이날 시위에 3500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주말엔 시위 규모가 커진다. 지난달 말엔 9만여명이 모였다. 하바롭스크뿐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10여 도시에서 비슷한 시위가 지난달 11일부터 매일 벌어지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시위는 지난달 9일 이 지역에서 인기가 높던 세르게이 푸르갈 당시 주시가 돌연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푸틴은 지난달 9일 과거 살인 사건 연루 혐의를 뒤집어씌워 세르게이 푸르갈 하바롭스크 주지사를 체포한 뒤 전격 해임했다. 지지자들은 푸르갈의 체포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목재·고철 무역상 출신인 푸르갈은 야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2018년 여당 현역 후보를 꺾고 주지사에 당선됐다. 자신의 급여를 삭감하고 관용 요트 매각을 지시하는 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인기에 힘입어 자유민주당은 작년 하바롭스크 지방 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고 푸틴 여당은 36석 중 단 2석 확보에 그쳤다.

푸틴 대통령은 푸르갈을 해임하고 이 지역과 연결 고리가 없는 39살 정치인을 주지사 대행으로 임명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장관이 하바롭스크에 찾아와 전기 요금과 기름값 인하 계획을 밝히며 주지사 대행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 그러나 하바롭스크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다른 극동 도시에서도 소규모로 번졌다.

그동안 반정부 시위의 ‘무풍지대’였던 극동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이 많다.

출푸틴의 중앙 집권 드라이브 20년간, 극동 등 지역 경제는 침체했다. 러시아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러시아 영토 3분의 1을 차지하는 극동이 러시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년 넘게 4~6%에 그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주민 삶은 더 팍팍해졌다. 푸틴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한 지난달 개헌 국민투표에서 하바롭스크의 찬성률이 62%로 전국 평균(78%)보다 낮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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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찰에 체포돼 모스크바로 압송되는 푸르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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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방 재정과 자원을 틀어쥔 모스크바의 식민주의적 태도가 낙후된 지방 주민들의 분노를 쌓았다"며 "이 오랜 불만이 극동 시위를 통해 분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반정부 시위를 '서방에 물든 대도시 특권 엘리트층의 소동'으로 몰아 진압해 온 자타공인 스트롱맨 푸틴도 머나먼 동토(凍土)의 땅에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엔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푸틴 행정부는 극동 시위 발발 초기, 2024년까지 극동 개발을 위해 2조루블(약 32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도리어 시위 규모가 더 커지는 등 진정 효과가 거의 없었다.

모스크바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푸틴이 당장 강경책을 택해 민심을 자극하기보단 소수 극렬 시위자들 진압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상황이 안정되길 바라고 있다”면서도 “하바롭스크를 비롯해 모든 지역은 대통령의 시야에 있다”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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