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거래소에서 7.9만원인 금 1g, 은행선 7.6만원… 왜 다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은행보다 4~8% 비싼 KRX 금 시장
국제시세·환율 외에 국내 수급에도 영향 받아
두 시장 가격 차이는 은행 골드바 마진율 수준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금 1g의 가격이 8만원을 넘었다는 소식에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금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각각 시가로 금을 사서 0.01g 단위로 적립할 수 있는 금 통장 상품을 내놓고 해당 시점의 금 가격 정보를 웹페이지와 주요 포털 등을 통해 고시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에서 고시하는 1g당 가격은 7만원 중반대에 불과해 KRX 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크게 낮아 의문이 들었다.

조선비즈

8월 3일 오후 4시 20분 현재 종가 기준 현재 금 시세를 표시한 화면들. 왼쪽 그림은 신한은행이 고시해 주요 포털에 공급되는 금 가격 정보이고, 오른쪽 그림은 휴대전화용 증권사 애플리케이션(MTS)에 표시된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의 금 현물 현재가다. /네이버·한국투자증권 어플리케이션 갭쳐



은행은 달러로 표시되는 국제 금 시세에 자체 달러 환율을 적용해 가격을 결정한다. 국제 시세와 환율 변화에 따라 하루 약 100~140회 정도 고시 가격을 변경한다. 은행과 금 거래를 하는 매수자나 매도자는 가격에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반면 KRX 금 시장은 개장 시간 동안 증권사의 금 거래용 계좌를 갖고 있는 모든 사람이 매도자와 매수자가 되어 호가를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바뀌며 변동성이 크다.

3일 종가 기준 신한은행에서 금 시세(일별 매매기준율)를 확인하면 1g당 7만5713.45원이다. 국민은행도 7만5779.81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KRX 금 시장 종가는 7만8970원으로 약 4.21~4.30% 정도 비싸게 거래됐다.

이같은 추세는 금값이 폭등한 지난주부터 뚜렷해졌다. 금 1g 기준으로 7월 22일 신한은행 일별 고시 가격은 7만1170원이었지만 KRX 금 시장의 종가는 7만1700원으로 신한은행 고시보다 0.74% 정도 비쌌다. 23~24일 비슷한 격차를 유지했지만 27일부터 가격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신한은행 7만4332원, KRX 7만7460원으로 KRX가 4.21% 더 비쌌다. 28일에는 신한은행 7만4342원, KRX 8만100원으로 가격차는 7.75%까지 벌어졌다.

변동성이 큰 KRX 금 시장에서는 금값이 내렸지만 은행에서는 오른 날도 있다. KRX 금 시장 종가는 7월 29일과 31일에 전날보다 각각 2.33%, 0.61% 하락했지만 신한은행 고시가는 각각 1.03%, 0.69%씩 올랐다.

이때문에 금에 투자하려면 투자기간과 목표수익에 따라 금을 거래하는 시장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KRX 금 시장은 시세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고 거래 수수료가 0.2% 안팎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은행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또 일부 증권사의 경우는 일별 금 보관수수료를 받으므로 장기 보유시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은행의 금 통장은 현 시점에서는 KRX에 비해 가격이 싸지만 시세 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하고 거래 수수료가 매수와 매도시 각각 1%에 이른다.

은행 고시가격과 KRX 시장에서 금값이 다르지만, 일반인이 이를 이용해 차익거래(싼 시장에서 매수해 비싼 시장에서 파는 것)를 할 수는 없다. KRX가 지정한 10여개 적격 공급업자(생산업자·수입업자·유통업자)만 KRX 금 시장에 금 실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도 이런 공급업자들로부터 골드바를 확보한 뒤 마진을 붙여 고객에 공급하고 있다. 은행은 골드바를 팔 때 매매기준율의 4.8~7%의 수수료를 붙인다. 은행과 KRX 금 시장 사이의 가격 차이는 이 수수료 범위에서 형성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국제 금 시세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차익실현 압력으로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3일자 보고서에서 "미 달러화 약세나 실질 금리의 마이너스 폭 확대 외에도 코로나19 제어의 한계로 글로벌 경제의 예상경로가 불확실하고 하반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관계 악화 등 변동성을 높이는 이벤트들이 있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 금 가격 범위를 온스(약 31.1g)당 1850~2200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 가격이 다소 가파른 상승을 보인 만큼 온스당 2000달러 부근에서 단기 차익실현 압력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