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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물가와 GDP

계속되는 장마에 금값된 농산물… 식탁 물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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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장마에 채소 도매가 2배 이상 뛰어… 소매가 인상 불가피

조선비즈

충북 옥천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는 한 농민이 장마로 낙과 피해를 입은 복숭아들을 보여주고 있다./옥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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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장마'에 농산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평년보다 장마철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수해를 입은 농가가 많은데다, 일조량이 줄어 작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주 동안 일부 채소류의 도매 가격이 2배 이상 뛰면서 소매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탁 물가까지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0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 올랐다. 이는 2018년 11월(10.5%)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지난 6월과 비교해서는 1.3%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의 가격은 전월 대비 5.8%, 전년 동월대비 16.5%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9년 3월(16.5%) 이후 최대 상승이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도매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날 새벽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주요 채소류의 도매 가격은 전일·전주 대비 크게 올랐다.

가장 크게 오른 것은 비타민이다. 이날 비타민 2kg 상등급 제품의 도매 평균가는 3만9551원. 전날 가격(2만6454원) 대비 50%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다. 비타민 2kg 상등급 제품의 1주 전 도매가는 1만1147원. 일주일 만에 3배 이상 올랐다.

적근대 2kg 상등급 제품의 이날 도매 평균가는 1만7472원으로 전날(1만2373원) 대비 41% 올랐다. 1주 전 가격(1만150원)과 비교하면 72% 오른 수치다. 오이와 홍고추도 전날 대비 도매 가격이 각각 43%, 35% 올랐다. 시금치와 애호박도 이날 도매 가격이 전날에 비해 각각 16%, 12.8%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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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주요 농산물 도매 가격./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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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다음주 중반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랜 장마로 농산물 품질이 전체적으로 하락면서 상급품의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추와 무의 가격도 인상이 예상돼 김치가 '금(金)치'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배추의 경우, 여름철 잦은 우천과 고온으로 무름병이나 석회 결핍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에 대해서도 "우천 이후 고온 현상이 이어질 경우 기존 산지 물량들의 상품성 저하가 가속화된다"면서 "품위가 우수한 초기 물량들 위주로 시세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과수원 농가도 울상이다. 특히 제철을 맞아 출하를 앞두고 있던 복숭아 농가는 오랜 장마로 수확을 제 때 할 수 없었던데다, 최근 들어선 낙과 피해까지 크게 입었다. 장마 뒤 폭염이 이어지면서 병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형마트들은 계약 재배를 통해 물량을 확보한 만큼 당장 농산물 가격이 오르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보유 재고량과 계약 재배 물량 확보 등으로 소매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채소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7월말부터 비가 계속 와 농산물 수확 작업이 늦어지고, 밭이 유실되면서 도매가가 2배 이상 오르는 상황"이라며 "장마가 끝나면 후폭풍으로 도매가와 소매가가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마를 대비해 사전에 후레쉬센터(신선창고)에 비축해둔 덕분에 현재까진 피해를 최소화한 상태"라며 "빠르게 대체 산지 확보에 나서는 등 채소가격 인상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윤희훈 기자(yhh2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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