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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37세 오른손 마비, 77세 양손 연주…경이로운 피아니스트의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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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미국 '왼손 피아니스트' 리언 플라이셔 타계…절망의 늪에서 새로운 희망 개척, 지난해까지 왕성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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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피아니스트' 리언 플라이셔. /사진제공=소니뮤직




미국의 피아니스트 리언 플라이셔는 생의 한가운데서 환희의 끝과 절망의 늪을 오가는 스펙터클한 인생 여정의 주인공이었다. 2일(현지시간) 향년 92세 일기로 볼티모어의 한 호스피스병원에서 숨진 고인은 생전 ‘왼손의 피아니스트’로 곧잘 불렸다.

‘왼손’이라는 명칭을 얻기 전까지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실력파였다. 10대였던 1944년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데뷔해 주목받았던 그는 1952년 세계 3대 콩쿠르 중의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이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거쳐 브람스, 베토벤 협주곡 등 여러 명반을 남기며 승승장구했다.

그의 거침없는 음악 인생에 제동이 걸린 것은 37세 때 찾아온 ‘근육긴장이상증’ 때문.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한쪽으로 비틀리는 이 증상으로 오른손이 마비됐고 피아니스트로서 생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플라이셔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연주가 불가능 할 때 지휘에 도전했다. 마지막 남은 왼손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왼손을 위한 레퍼토리’ 고민에도 나섰다. 1990년대 중반에는 보톡스 치료를 통해 오른손을 회복해 간간이 양손 연주를 선보였다.

오른손 마비 이후 40년 만인 2004년 그는 양손 연주로 녹음한 음반 ‘투 핸즈’를 내고 다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 음반은 미국에서만 10만장이 팔렸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2005년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그는 브람스와 슈베르트 등의 곡을 선보였다. 지난해까지 세계를 돌며 연주를 이어갈 정도로 활발히 활동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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