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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3일째 통행 제한된 잠수교, 비오면 잠기게 만든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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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건설, ‘안보교’라 불려

지난 45년 동안 5년 제외 매해 잠겨

올해 첫 잠수, 한강 최고 수위 8.7m

“팔당댐 방류량 늘어 통제 한동안 지속”

중앙일보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로 3일 오전 서울 잠수교 북단이 물에 잠겨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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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 다리 31개 중 유명한 2층 다리가 있다. 용산구 서빙고동~서초구 잠원동을 잇는 길이 1490m의 반포대교다.

1층 잠수교가 1976년에 먼저 지어진 뒤 통행량 증가로 1982년 2층 반포대교가 건설됐다. 잠수교는 용산구 서빙고동~서초구 반포동을 잇는 다리로 길이는 795m로 반포대교의 절반 정도다. 1·2층 길이가 차이 나는 이유는 잠수교는 수상구간에만 건설돼 지하차도로 연결되고 반포대교는 다른 도로와 접점까지 이어져서다. 폭은 18m로 반포대교(25m)보다 좁다.

지난 1일 시작된 집중호우로 2일부터 3일째 통행이 제한된 잠수교는 안보상 이유로 구상돼 개통 당시 안보교로 불렸다.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한국전쟁 때 한강인도교와 한강철교가 폭파돼 한강을 건너려는 피난민들 상당수가 다리 폭파로 희생되거나 다리를 건너지 못했다”며 “이 비운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가 ‘잠수하는 다리’를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수교의 다리 기둥 폭은 15m로 일반 다리보다 촘촘하다. 위급 상황에서 폭파되더라도 교량 높이가 낮아 안정적이고 복구가 쉽다. 다리 높이는 한강시민공원과 평행하도록 했다.

이름처럼 물속에 잠기도록 설계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1986년 선박이 지나갈 수 있게 아치형으로 개량하는 공사를 마치면서 유람선이나 일반 선박이 다닐 수 있게 됐다.

중앙일보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로 3일 오전 서울 잠수교 북단이 물에 잠겨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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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의 잠수 여부는 한강 상류의 팔당댐 방류량에 따라 결정된다. 한강 수위가 6.5m를 넘으면 다리가 침수되는데 이 수위까지 올라오려면 초당 7000톤의 물을 7~8시간 지속적으로 방류해야 한다. 5.5m를 넘으면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이, 6.2m를 넘으면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다리가 물속에 잠기는 기간은 1년 중 평균 10여 일이다. 주로 장마철이지만 5월이나 10월에 잠긴 해도 있다. 환경부 한강하천예보연감에 따르면 잠수교는 개통된 뒤 45년 동안 1989·1994·2014·2015·2019년을 제외하고 매해 물에 잠겼다.

잠수 횟수가 가장 많은 해는 1990년으로 5~9월에 걸쳐 7번이나 물에 잠겼다. 그해 최고 수위도 13.7m로 45년 중 가장 높았다. 잠수시간이 가장 길었던 해는 1981년으로 294시간 동안 잠겨 있었다. 2000년대 들어 100시간 이상 잠수한 때는 2006년(208시간), 2011년(156.9시간) 두 번뿐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는 최고 8.7m까지 올라갔으며 4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7.45m로 여전히 잠수교는 물에 잠겨 있다. 올해 첫 잠수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관계자는 “현재 서울은 비가 내리지 않지만 팔당댐이 있는 경기도 등에 비가 계속 오고 있어 방류량이 늘어 잠수교 통행 제한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통제됐던 다른 도로는 모두 통행이 재개됐으며 청계천은 출입 통제 중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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